[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이 늦어질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회의를 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후보자로 3명~4명을 추천할 방침이다. 박범계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의 최종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로 문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인선을 결정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같아 이번 선거 결과가 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는 말도 여당 내에서 나온다.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약 18%포인트 차이의 득표율로 패배했다. 오 후보는 57.50%(279만8788표), 박 후보는 39.18%(190만7336표)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보궐선거 직전에 발표한 3월 다섯째 주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39%였다. 보궐선거 후 발표된 4월 첫째 주 긍정평가 비율은 40%로 전주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재·보궐선거 결과로 그동안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지명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의견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대상에서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와 관련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작성한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면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관용차를 제공받은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지검장은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외부 유력인사로 거론돼 온 김오수 전 차관의 경우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 시절을 아우르며 2년 가까이 법무부 차관으로 일했다. 여당 내에서도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이 보선 참패의 주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돌려막기식' 인사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상대적으로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재부상하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지난 2월 검찰 인사와 관련해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내는 등 법무부와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에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만일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뛰어들 경우 조 직무대행이 검찰 내부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지만, 내부에서는 정부 성향에 가까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조 직무대행은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하면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한 대검 간부는 "윤 총장과 조 차장은 결이 다른 인물들"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조 직무대행이 적격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중간 간부급 검사는 조 직무대행에 대해 "법무부에서나 대검에서나 각각의 역할을 잘했다고 본다"며 "나름대로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모습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중립적 인사로서 구본선 광주고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구 고검장은 조 직무대행 직전 대검 차장검사를 역임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부동산 투기 총력 대응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