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소송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사가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SK가 합의금으로 LG에 2조원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양사가 지난 2년간 쌓아온 앙금을 털고 건설적인 경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SK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분리막을 LG에 대량 공급 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ES의 모회사 LG화학은 전날 이사회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SK이노로부터 총 2조원의 합의금을 받고 모든 소송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SK는 현금과 로열티를 포함해 총 2조원의 합의금을 LG에 지급해야 한다. LGES에 따르면 합의금 2조원은 LG화학의 지난해 연결기준 자기자본(18조7904억원)의 2.5%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합의금은 현금의 경우 올해와 내년 각각 5000억원씩 분할해 총 1조원을,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방식으로 지급한다. 로열티는 오는 2023년부터 SK이노의 연간 글로벌 배터리 판매 매출에서 상호 계약한 방식에 따라 오는 2023년말 총 1조원(현재가치 기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로열티의 경우 현금과 현물 방식 둘다 가능하지만 LG와 SK 양사는 당장 현물 방식의 지급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가 합의를 통해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전문가들은 양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년간의 갈등을 겪어온 만큼 양사 간 쌓인 앙금을 하루 아침에 풀기는 어렵지만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협력 방안 중에는 SK가 LG에 자회사 SKIET의 분리막을 대량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시행해 볼만한 건 ‘SKIET의 분리막 특가 공급’으로, 분리막은 전해질과 더불어 전지 안전성 향상을 위한 코어 기술이기 때문에 연발성 발화로 기술적 불확실성 우려가 있는 LG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SKIET도 대형 고객사와 장기물량을 확보하고 특가 근거로 로열티 처리하는 식으로 운영의 묘를 보인다면 기업상장(IPO) 후 기업 가치 제고로 지불할 현금 1조원 이상의 훨씬 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합의 과정에서 LG와 SK 사이에서 구체적인 협업안이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양사간 배터리 분쟁의 종결은 끝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와 SK 양사의 소송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양사가 계획 중인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합의를 통해 2조원을 확보한 LGES의 경우 투자금 조달을 위한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SK의 자회사 SKIET의 경우 5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는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약 2조3000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모집된 자금의 경우 배터리, 분리막 등 SK이노 계열이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중인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예정이다.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로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2년간 양사가 소송 문제에 골몰하면서 당장 눈 앞의 어려움에 천착해 의심하고 반목하며 네거티브한 경쟁을 이어갔다면 이제는 합의를 통해 건설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면서 "노스볼트나 CATL 등 경쟁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LG와 SK 양사는 기존 배터리 기술 기반의 생산성 고도화 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실리콘 첨가 음극재나 전고체 배터리 등의 차세대 배터리 연구 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어 내는 경쟁을 해 나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