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백신 독자확보 검토' 발언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와 선긋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코로나19 정국에서 이 지사의 독자행보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 흔들기라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도정 책임론을 명분으로 차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국 672명, 경기도 184명이다. 확진자가 나흘 연속 600명대를 기록하면서 4차 유행 우려가 커지자 경기도도 비상이다. 이날 경기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1800명으로, 전국 누적 확진자(11만4115명)의 27.8%에 달한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도의회 도정질의에 참석, "경기도 차원의 집단면역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야당에선 정부의 K-방역이 실패한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제시일 뿐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이 지사가 코로나19 주요 국면에서 한발 빨리 독자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에서 이 지사의 주요 행보 중 하나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압박이다. 지난해 2월25일 이 지사는 중앙정부가 신천지 강제수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직접 과천시 신천지 건물을 현장 방문, 강제 역학조사와 명단 확보 등을 지휘한 뒤 신도 3만3582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사흘 뒤인 28일에서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의도적·조직적 역학조사 거부에는 압수수색 등 즉각적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2020년 2월25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과천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부속기관을 찾아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또다른 독자행보는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다. 이 지사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로 치솟자 SNS 등을 통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멈추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며 "경기도만이라도 5인 이상 집합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당시 정부의 거리두기 3단계 방역지침은 '10인 이상 집합금지'였다. 결국 경기도는 지난해 12월21일 서울과 인천 등과 수도권 내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도 이 지사는 당정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줄곧 중앙정부의 선별적 재난지원금 기조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보편지급을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1차 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현금으로 줬으나 2·3·4차 지원금은 선별적으로 지급했다.
이에 이 지사는 SNS 등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소비진작 효과까지 얻으려면 당장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지라도 보편지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결국 이 지사는 1월28일 방역대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내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도민 1인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