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22일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 방안을 놓고 금융권과 경제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가계빚 폭탄이 커질 수 있다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시장 활성화 신호탄 VS 실물 수요 없어
DTI(Debt to Income)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자신의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 3구는 40%, 나머지 서울지역은 50%, 인천, 경기는 60%의 비율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권은 대체로 DTI규제가 완화되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과 국토해양부에서 주장하는데로 10%포인트 DTI 비율이 상향되면 대략 월 2000억원 정도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
그러나 DTI 규제 완화를 놓고 은행권에서는 대체로 "실질적 효과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 우세하다. 정부 규제 보다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관계자는 "일선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DTI 규제 완화에 대한 효과는 둘째치더라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DTI규제가 풀리더라도 대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은행 재테크팀 관계자도 "부동산은 경기와 동행하거나 후행한다"며 "내년에 경기가 확장되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도 있는데 지금 인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답했다.
신한은행 개인금융부 관계자는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일정한 시그널을 주는 정도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빚 폭탄 위험 크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가계 빚을 이유로 '규제 유지'에 손을 들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2%까지 오른 후 금융위기 당시 부채조정으로 작년 말 123.8%로 하락했지만, 한국은 작년 말 152.7%까지 올라 미국보다 심각한 상태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빚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는 OECD 평균 이상"이라며 "미국발 금융위기도 결국 부동산값 거품에서 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어 "실물 경제에 비해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건 사실"이라며 "원칙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2008년 기준 한국이 6.26으로 미국(3.55), 일본(3.72)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이 비율은 12.64로 미국 주요 도시인 뉴욕(7.22),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은 수준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DTI규제 완화는 결국 부채를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집값 다이어트에 나서야 하는데 정부가 앞장 서 거품을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장현 국토해양부 제2차관은 2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시작 전 정부내 DTI규제 완화 의견 조율을 질문에 "내일(22일) 결론이 날 지 안날 지 모른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