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10개국들 올해 2분기 고용 회복이 ‘반짝’ 백신 효과로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투입 비중이 높은 영세업체가 위축된 데다, 재택근무·자동화·온라인소비 확산 등으로 고용 형태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자동화 등 새로운 경제구조에 적합한 크리에이티브 직종 등 보다 적극적인 신규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1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주요국 고용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포함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주요 10개국의 취업자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4억1855만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19년 12월) 때와 비교해 3.1% 급감했다. 지난해 4월에는 7.8%까지 추락한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당시의 감소폭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지난해 4월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타 국가들에 비해 고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작년 4월 기준 미국의 취업자 감소는 2537만명으로 10개국 전체(3381만명)의 75%를 차지했다. 12월 기준으로는 66.5%(미국 891만명, 10개국 1339만명)를 기록했다.
아울러 회복세를 보이던 고용 개선은 4분기부터 개선세가 주춤해지는 모양세다. 3월 글로벌 업황 구매자관리지수(PMI)는 기준치를 상회하는데 반해 고용PMI는 3월까지 기준치 근방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용이 서비스업 경기와 연동되는데 겨울철 코로나 확산 심화로 서비스업 회복이 지연된 영향 때문이다. 유로지역은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서비스업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근로시간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박병걸 한은 국제종합팀 차장은 "백신 보급, 재정정책 확대 등으로 경기회복 기대는 커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기업의 인력충원 계획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동시장 이탈 확대로 장기실업, 영구해고가 증가하면서 경력단절, 구직의욕 상실 등으로 실업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다수 국가에서 장기 실업자가 늘었고 이 중 미국은 6개월 이내에 종전직장 복귀가 기대되는 일시해고는 감소했지만, 영구해고는 되레 증가했다. 이에 실업자의 재취업 지연에 따른 구직의욕 상실과 생산성 저하가 우려될 수 있다.
올해 2분기 서비스업 정상화 등에 힘입어 고용상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백신보급으로 코로나 위기가 진정되고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면서 그간 위축됐던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만 유럽의 경우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재정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정부의 고용지원 축소가 불가피해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기업은 고용을 추가로 늘리기보다 근로시간 확대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영세업체 위축과 대형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고용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휴업 영세업자 중 일부는 영업재개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노동투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고용개선이 제약될 수 있다. 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500인 이상의 대형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6.5%를 차지했다. 고용은 이보다 적은 51.7%에 그쳤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절감형 자동화 투자, 온라인 소비, 재택근무 등이 늘어난 점도 일자리 소멸의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박 차장은 "고용이 장기적으로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 디지털·자동화 등 새로운 경제구조에 적합한 크리에이티브 업종, 과학·기술·엔지니어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에게 관련 교육·훈련 기회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은행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