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전부터 논란이 됐던 서울시 교육방역과 유치원 무상급식 문제가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시급한 두 정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서로 눈치만 보고 적극 나서지 않아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시와·서울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학교에 신속 자가검사키트를 시범도입하는 사안에 대해서 공식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교육청과 협의해서 학교에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매뉴얼·방식·(키트) 승인에 대해 중앙정부와 먼저 논의 있어야 한다"며 "그런 다음에야 교육청에 공식 제안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들 역시 "시에서 제안이 오면 검토 안할수는 없다"면서도 "교육청에 의견을 물어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확인되거나 알려진 것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속 키트 도입 여부에 대해 학교에 의견 수렴을 했다고 알려진 점에 대해서도 시교육청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산하의 일부 교육지원청이 단순히 의견을 물었을 뿐 도입을 의도한 게 아니고, 시교육청이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말을 아끼는 데에는 교육부의 반발이 한몫했다. 오 시장이 신속 키트의 학교 도입을 지난 13일 언급한 이후 교육부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학교방역 강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일정을 급하게 잡았다. 간담회에서 유 부총리는 "학교에 우선 적용을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발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이 신속 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같은 반 아이들 등교 중지를 시켜야 한다"며 "이후 기존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학교에서의 혼란이 원래 검사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더 클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양성인데도 신속 키트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라면서 "음성 확진 후 학생이 마음대로 활동을 해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이 신속 키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관계자는 "방역 당국은 학교를 예시를 든 것 뿐이지 (당장 학교에서)가능하다고 한 게 아니다"라면서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키트가 허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도입은 이르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기부터 제안한 유치원 무상급식도 지지부진하다. 조 교육감은 지난 2월 제안을 시작으로 선거 당일 전날인 지난 6일에도 "바로 TF를 구성해서 시행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교육청에서 공식 제안이 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으로 먼저 행동에 나서지도 않고 조 교육감의 거듭된 제안에 화답하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시교육청은 서울시와의 즉각적인 논의를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다음달 말 유치원 무상급식의 단가 용역 결과가 나온 후에야 내부 검토를 거쳐 서울시와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서울시·자치구의 재원 분담 비중 역시 용역 결과에 기반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사회복지직능단체장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