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번거롭게 직접(따로) 청소할 필요 없이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건조 시마다 자동세척’ 등 LG전자의 의류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에 대해 공정당국이 거짓·과장 광고로 결론내렸다. 해당 광고는 객관적 증거 자료 없이 제품을 허위로 알리는 등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 및 총 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 각종 채널을 통해 의류 건조기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를 광고하면서 '청소할 필요 없이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 '알아서 완벽관리' 등의 표현을 사용해 콘덴서를 자동세척하는 기능이 항시 작동한다고 광고했다. 기존 건조기는 의류에 붙은 먼지가 기기 내부에 달라붙어 이를 직접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해 해당 제품 콘덴서에 먼지가 쌓인다는 다수의 신고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바 있다. 당시 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콘덴서 바닥에는 1.6∼2.0ℓ의 응축수(건조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응축된 물)가 모여있을 때, 함수율(의류가 물을 머금은 정도)이 10∼15%일 때만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 및 총 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LG전자의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의료 건조기. 사진/뉴시스
이에 소비자원은 LG전자에 시정계획 마련과 기존 판매 제품에 대한 무상수리 조치 등을 권고했다. LG전자도 응축수 양과 무관하게 응축수가 발생하는 모든 경우에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개선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 물을 직접 투입해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도록 세척코스를 마련하겠다는 시정계획을 제출했다.
아울러 2020년 12월까지 총 1321억원의 비용을 들여 사후관리(AS)를 진행하고, 올해 AS 비용으로 660억원의 충당금도 설정했다. 무상보증도 향후 10년간으로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LG전자의 해당 결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수리를 신청한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상 수리 서비스는 신청하지 않은 고객에게까지 확대한 것일 뿐"이라며 공정위에 LG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를 열고 LG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준을 논의했다. 그 결과,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성능·효과 및 작동조건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했다며 거짓·과장성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측은 광고에 사용된 '깨끗하게' 등의 일부 문구는 합리적인 근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 실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만약 실증 대상이라 하더라도 이는 자사가 직접 진행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해당 표현을 충분히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자동세척시스템의 성능·효과와 관련한 사항은 실증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LG전자가 제출한 자료는 개발단계에서의 소형건조기 1종만을 대상으로 시험한 내부자료로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자동세척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에도 시험 시에만 작동하도록 설정해 타당한 실증자료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광고를 접한 소비자는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이 작동해 콘덴서를 항상 깨끗한 상태로 완벽하게 관리해준다고 오인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 측은 "이번 공정위 제재 사안은 과거 제품 광고 표현의 실증여부에 관한 것으로 해당 광고는 이미 지난 2019년에 중단 및 시정됐다"며 "현재는 모든 구매고객에게 무상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