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기 수입·판매 사업자 2곳이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의사를 상대로 해외학회나 관광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한 한국애보트와 메드트로닉코리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애보트에 대해서는 과징금 1600만원 결정했다.
한국애보트와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심혈관 스텐트 등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자로 의사들에게 자사 스텐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학회 등을 지원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스텐트란 인체에 관 형태로 생긴 부위가 협착됐을 때 이를 넓혀주는 튜브 모양의 정밀 의료기구다. 혈관용 스텐트는 크기가 작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한국애보트, 메드트로닉코리아 등 상위 4개 수입·판매업자가 전체시장의 70~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앞서 한국애보트와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자사제품 사용량이 감소한 의사들에 대한 판매 촉진 전략으로 해외 학술대회 참가지원 활용을 언급하거나 판매 현황을 관리하면서 학회 지원을 계획했다.
한국애보트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8년 4월 사이 규약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면서도 자사 홍콩지사 또는 해외학회에 사전 접촉해 21개 병원 21명 의사에게 초청장이 발급되게 함으로써 지원 대상을 특정할 수 없도록 한 규약을 위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애보트는 홍콩지사에 제출 기한을 경과한 발표 케이스를 제출한 의사에게 초청장이 발급되도록 요청하거나 지사·학회를 거듭 독촉해 국내 등록기간에 맞춰 초청장이 발급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초청장을 발급받은 의사 21명 중 14명은 해당 초청장을 이용해 학회에 참석하고 협회를 통해 참가지원을 받았다. 한국애보트는 해당 기간 2개의 학술대회 참가 의료인에게 총 1699만원의 경비를 지원했다.
또 해외 교육·훈련에 참석한 의사들에게는 비즈니스 항공권 업그레이드 비용을 제안하거나 중국 관광을 제공하기도 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내부적으로 해외 학회에 참가할 의사들을 선정하고 해당 의사들에게 참가지원을 제의했고, 34개 병원 의사 36명의 명단과 역할을 해외 학회에 통보해 해당 의사들에게 초청장이 발급되도록 했다.
초청장을 발급받은 의사 중 23명은 실제 해당 초청장을 이용해 학회에 참석하고 협회를 통해 해외학회 참가지원을 받았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이 기간 총 2772만원의 경비를 지원했다.
현행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은 의료인에 대한 사업자의 해외학회 참가지원은 협회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해외 교육·훈련 시 지원 가능한 비용도 제한하고 있다.
사업자는 지원하려는 학술대회 및 지원 인원 수만 지정해 협회를 통해 비용을 기탁하는 방법으로만 지원할 수 있고, 지원 대상 의사를 특정할 수 없다.
또 해외 교육·훈련의 경우에도 허용되는 범위 내의 여비, 숙박, 식음료 및 기념품만 제공할 수 있고, 교통비는 이코노미 클래스 항공료를 상한으로 관광 등의 이익 제공은 제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업자들이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해 특정 의사를 직접 지원한 우회적 리베이트 행위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스텐트 시장을 포함한 의료기기 시장 전반에서 해외학회 및 교육·훈련 지원을 빌미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한 한국애보트와 메드트로닉코리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