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계륵`..발표일정 연기

금융완화 놓고 부처간 `이견`..업계는 `실망`
업계 "실제 효과 때문인지, 책임 회피인지 의문"

입력 : 2010-07-21 오후 5:35:29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가 부처간 이견조정에 실패, 부동산대책에 대한 발표시점을 연기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업계와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위기관리대책회의와 오후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잇따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발표일정을 연기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관계장관회의 후 브리핑에서 "앞으로 정부의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 대책은 서민중산층의 실수요 위주의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종환 장관 "시간갖고 면밀히 검토"
 
정 장관은 "원래 어제(20일)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그 결론을 가지고 목요일(22일) 비상대책회의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어제나 오늘 회의에서 결론이 안났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갖고 대책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해당 부처의 장관 브리핑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부처간의 이견조정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결국 한달 가까이 조정작업을 벌여왔던 정부는 우스운 꼴이 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23대책`의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가 관련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레임덕`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것이다.
 
부처간 이견이 가장 컸던 부분은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규제를 풀 시점이라는 보는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DTI 규제를 완화해주면 상환능력이 없는 수요자들까지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버블을 심화시킬 수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발표 연기는 이날 오전 이미 예견됐다.
 
최장현 국토해양부 2차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 참석 후 가자들과 만나 "이견이 좁혀졌는지 아닌지를 말하기도 어렵다. 여러가지 고려할 점들 있어서 논의 중이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또 "정치권의 요구도 있고, 업계의 요구도 있고 여러 가지 요구가 있지 않겠냐"며 "내일 결론이 날지 안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발표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 정부 `골머리`..더 내놓을 대책이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안따를 수 없지만, 보완대책이라고 내놓을 만한 뾰족수가 사실상 없었던 탓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부 여론과 여당의 요구에도 이 대통령의 구두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진 이를 모른 척하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대책마련 지시 이후에도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안정돼 있다.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놔야할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다"며 "다만 거래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정권에서 그토록 잡으려고 애쓰던 부동산 가격을 지금 시장이 알아서 조정하고 있다"며 "섣불리 정부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상황이 안정된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고, 또 섣불리 대책을 내놓을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에서는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바닥에 다가왔음을 알려야 한다. 정부의 할 일이 바닥이 다됐으니 이제 거래하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주무 부처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효과도 즉시 나타나야 하는 `신묘한 대책`을 주문한 것이어서, 대책을 내놔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은 잘해야 본전인 그야말로 `계륵`이 되고 말았다.
 
◇ 업계 "실제 효과 때문? 책임문제 일수도"
 
상황이야 어떻든 대책발표를 학수고대하던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매듭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사정이 당장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내놔야 시장에 시그널이 가고 거래가 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어떤 대책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정부 부처간 의견이 서로 다르다니 할말은 없지만 솔직히 실제 효과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책임문제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주택시장 침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 내부에는 `변양호 신드롬`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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