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일본의 엔카와 한국의 트로트는 어떻게 다릅니까?”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이른 바 ‘트로트 바람’ 혹은 ‘트로트 열풍’으로 불릴 만큼 트로트의 인기가 계속 되고 있는 터라, 이런 물음은 얼마든지 나올 법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평소 품고 있던 의문을 일본문학을 전공한 내게 물어보는 것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음악 전문가도 아닌 내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약간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나라 트로트에는 한국인 고유의 목소리나 한이 느껴집니다. 특히, 국악을 배운 가수가 부르는 트로트에는 확실한 우리의 소리나 우리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그것이 엔카와의 차이가 아닐까요.”
덧붙이자면, 얼마 전 지상파가 아닌 종합편성채널이 주최한 ‘미스트롯2’라는 프로그램에서 홍지윤 씨가 부른 ‘배 띄워라’, ‘꽃바람’이라는 노래는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몇 번이나 들어도 자꾸 빠져든다. 감동이다. 문득, 아, 저 가수의 노래는 ‘한국인 고유의 트로트 색깔’을 갖고 있구나.’, ‘한국 트로트’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범인인 내가 그렇게 평가한다고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트로트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표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문화나 음악과 관련된 정부 부처나 관계자, 특히 K-POP 관련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으면 한다. 왜냐하면 나는 평소, 문학이든 예술이든 세계화의 선행조건으로 그 나라 고유의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그 나라에서 생성된 고유의 것을 살리는 일’, 또는 ‘그 나라에서 발원된 깊이를 살리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미스트롯2’에서 진선미의 영예를 차지한 양지은 씨, 홍지윤 씨, 김다현 양 세 사람은 모두 국악을 공부한 사람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판소리 등. 국악을 익힌 저들의 노래를 어느 나라 사람이 흉내 낼 수 있을까. 저들의 목소리에는 우리만의 색깔이 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누가 들어도 한국인 고유의 음악 영역인 ‘한국 트로트’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이른바 ‘트로트 대회’에서 국악 전공자가 출연하여 노래 부르면 그것은 트로트 대회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 트로트로 훈련된 가수의 노래는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닌가, 와 같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한다. 트로트를 아주 좋아하는 나는 조금도 트로트 가수를 저평가하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나는 평소 트로트를 자주 듣고 자주 따라 부른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트로트는 나를 위로하고 나를 흥겹게 하는 중요한 예술의 하나다. 시를 쓰고 문학을 전공하는 나는 예술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요소로 감동을 꼽는다. 트로트는 내게 늘 감동을 주는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내 생각에 동의하리라 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노래를 즐겨 듣고 즐겨 부르는 민족이 아닌가. 지금은 대중가요의 중요한 핵심으로 자리잡아가는 한국 트로트가 발전하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많은 한국인이 트로트를 즐기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튼튼한 자양분이다. 현재 진행형인 한류의 중요한 축인 K-POP과 더불어 또 다른 장르 ‘한국 트로트’의 탄생을 꿈꾼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방탄소년단(BTS)이 외국 무대에서 우리 고유의 노래인 ‘아리랑’을 부를 때, 그야말로 ‘떼창’을 하던 외국인들이 떠오른다. 그 감동이 쉬 잊히지 않는다. 개화하듯, 곧, 세계인들이 ‘한국 트로트’를 따라 부르며 꽃을 피울 것이라는 꿈을 꾸는 어느 봄날의 아침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