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은 맨해튼 월드(MW) 가정을 만족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세 가지 주요한 수직 방향(직교 방향)이 빨강, 초록, 파랑으로 시각화되어 있다. (사진=G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는 지구와 달리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는 미세중력 환경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자율 비행 로봇은 제자리 회전과 다축 이동을 반복하면서 기존의 시각 기반 항법 기술만으로는 방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NASA가 운용 중인 자율 비행 로봇 '애스트로비(Astrobee)'는 실험 보조와 물품 운반을 수행하지만, 무중력 특성 때문에 종종 방향 감각을 잃는 문제가 지적돼 왔습니다.
이 무중력 환경에서의 '방향 감각 상실'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과 김표진 교수 연구팀은 NASA 에임스 연구센터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 기반 시각 나침반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EEE 국제 우주임무 정보기술 및 우주컴퓨팅 학술대회(SMC-IT/SCC 2025) 연계 워크숍에서 발표됐습니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절대 자세 추정
이번 연구의 핵심은 ISS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 오차 누적 없는 절대 자세(Drift-Free & Absolute Orientation) 추정 기법입니다.
연구팀은 실제 로봇 카메라 영상에서 추출된 선(line) 정보를 디지털 트윈 모델과 대조해, 신뢰할 수 없는 특징을 제거하고 구조적 패턴만 선별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로봇은 누적 오차 없이 3차원 공간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도출된 실험 결과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로봇의 방향 인식 정밀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절대 회전 오차(ARE)가 평균 1.43°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프레임당 20밀리초(0.02초)의 속도로 연산이 가능해 실시간 적용성까지 확보했습니다. 이는 무중력에서 '디지털 나침반'을 장착한 로봇이 극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길을 잃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ISS에서 공항·병원까지… 지상 응용 기대
김표진 교수는 "우주정거장 같은 특수 환경에서 로봇이 방향을 잃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며 "이 기술은 장차 공항, 병원, 대형 물류창고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상 공간에서도 자율 로봇의 정확한 길찾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성과는 단순한 연구 차원을 넘어, NASA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축적한 ISS 실내 자율 항법용 데이터세트 '애스트로비(Astrobeet)'를 활용해 검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 교수팀은 지난 3월 ISS 실내 항법용 세계 최초의 공개 데이터세트를 구축해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 기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GIST의 해외 공동연구 장학 프로그램(IRE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NASA 에임스 연구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결실을 맺었습니다. 연구 현장은 ISS 환경을 지상에서 모사하는 NASA의 Granite Lab으로, 실제 우주 비행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국제 협력을 통해 얻어진 이번 성과는, 미래 우주 탐사 로봇의 자율성 확보는 물론, 지상에서의 차세대 스마트 로봇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GIST 기계로봇공학과 김표진 교수 연구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 공동 연구진이 워크숍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