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호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이 팔꿈치 통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세란병원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춘곤증의 계절이 오면서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엎드려 쪽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정된 공간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세일 수 있지만, 이는 팔꿈치 관절에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팔꿈치와 손가락의 신경이 마비되는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증후군과 함께 상체에서 흔히 발생하는 말초신경압박증후군이다. 팔에는 요골신경과 정중신경, 척골신경이라는 세 가지 신경이 지난다. 이 중 척골신경은 주관이라고 부르는 팔꿈치 안쪽의 작은 터널 부위를 지나는데, 이곳을 지나는 과정에서 척골신경이 압박을 받게 되고 통증과 손 저림이 나타나는 증상을 팔꿈치터널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부병'이라고 불릴 만큼 중년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팔꿈치터널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2만755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성 환자의 수는 1만5512명으로 여성 환자(1만2041명)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주로 40대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50대 남성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병했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평소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팔을 감싸 모은 뒤 책상에 엎드려 쉬는 자세는 주관을 지나는 척골신경을 압박해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평상시 턱을 괴는 습관을 갖고 있거나 팔꿈치를 구부린 채 장시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팔꿈치터널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과도한 운동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도 팔꿈치터널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팔을 베고 자고 일어났더니 일시적으로 팔꿈치부터 손가락 끝부분까지 얼얼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증후군과 달리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한다. 팔을 굽혔다 펼 때 팔꿈치부터 약지 손가락과 새끼손가락까지 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넘겨짚고 방치할 경우 손가락 근육이 감소하고 앙상하게 말라 보일 정도로 악화 할 수 있다. 또, 물건을 제대로 집을 수 없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생활 습관 개선과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으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통증을 낮춰주는 약물치료나 주사 치료를 시행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척골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해봐야 한다.
배승호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팔꿈치 안쪽으로는 척골신경이 가장 얕게 지나는 부위이기 때문에 이 부위를 압박하는 자세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라며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손목터널증후군과 혼동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신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