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세계 경제가 백신 보급·접종의 가속화로 올해 5.9%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도 4.3%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불균등 회복은 세계 경제를 발목 잡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생산기지 역할인 신흥국의 회복세 지연이 ‘글로벌가치사슬망(GVC)’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공개한 '2021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에 따르면 KIEP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상향했다. 이는 기존보다 0.9%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들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5%포인트를 올렸다. OECD는 지난 3월 5.6%, IMF는 지난 4월 초 6.0%로 내다봤다.
KIEP의 세계경제 전망을 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10.1%포인트 상승한 6.6%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보다 3.8%포인트 상향된 규모다.
상향 배경에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계획(America Rescue Plan)' 등 일련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선진국들의 발빠른 백신접종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울러 고용시장의 회복·민간소비 증가, 교역증가 등도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요소로 지목된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과 중국 등 대외관계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KIEP 측은 "대외교역 부문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춰 교역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발생, 외국과의 향후 관계 설정 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국가별 성장률 전망을 보면, 내년 미국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로 3.3%를 예상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경우는 4.4%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영국은 기존 전망치보다 1.5%포인트 상향된 6.0%의 성장률이 예상됐다. 유럽과 영국의 성장률은 각각 지난해보다 11.0%포인트, 15.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유럽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배경은 백신접종에 따른 소비확산 재개 등이다. 경제회복기금 등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 지속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의 유지, 수출의 완만한 성장도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
일본 경제도 지난해보다 7.8%포인트 상승한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지연,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 여부·개최 형태, 긴급사태선언의 발령은 여전히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인도, 아세안 5개국, 브라질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인플레이션 등 여건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인도 국민들. 사진/뉴시스
문제는 선진국과 다른 신흥국의 사정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백신 공급에 따른 차별적 경제 정상화인 'K자형 불균등'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인도, 아세안 5개국, 브라질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인플레이션 등 여건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에 차질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장기간에 걸쳐 평균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시행하는 것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물가 대응 시기를 놓치면 잠재수요가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시대의 수정된 대중 전략과 이에 따른 미·중 갈등의 경제적 영향력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국은 백신접종 범위의 확대,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고용여건 개선 등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빠른 경기회복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보다 6.3%포인트 상승한 8.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종전 전망치보다는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지원을 선별적으로 집행해 유동성 공급과 금융리스크 방지 사이에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 가능성과 부동산 가격 버블은 하방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한 5.6%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인도는 올해 9.0%, 내년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은 4.1%, 러시아 3.3%, 브라질 3.0%의 성장이 예상된다.
아세안 5개국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 내년에 5.2%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3.3%, 브라질 2.3%로 전망된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정상화 과정에서 불균등한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백신보급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회복이 선진국으로부터 신흥국으로 서서히 확산되는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에서 생산기지 및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뒤쳐질 경우 GVC에 대한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선진국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실장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이 일어나면 전세계가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나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성장률이 계속 좋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흥종 KIEP 원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반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이 결국은 또 하나의 어떤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경제회복에서 혼자서 선진국에서는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