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연봉 인상, 특별성과급 지급, 스톡옵션 도입 등 파격 보상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게임 업계가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인 데다 신작 출시 후 매출 증대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12일
펄어비스(263750)는 1분기 매출 1009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2%, 영업이익은 71.7% 감소했다. 신작이 부재했던 가운데 인건비가 대폭 증가한 탓이다. 이 기간 펄어비스의 인건비는 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6.8%에서 올 1분기 41.4%로 확대됐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인원 증가 및 연봉 조정으로 인건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 1분기 실적 주요 지표. 자료/펄어비스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컴투스(078340)도 인건비 증가에 발목을 잡혔다. 컴투스의 1분기 매출은 18.7% 증가한 1167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177억원으로 25.3% 줄었다. 이 기간 컴투스의 인건비 지출은 44% 늘어난 237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우수 개발 인력 확보와 실적 기반 인센티브 지급 등의 영향"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4월 말 전세계 동시 출시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와 7주년을 맞은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마케팅 역량이 모아진 점도 비용 증가를 견인했다. 1분기 컴투스의 마케팅 비용 지출은 186억원으로 128% 급증했다.
보상 잔치의 역풍을 맞은 곳은 이들뿐이 아니다. 지난 10일 실적을 공개한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해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영업이익(567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전날 1분기 경영 성적을 발표한
선데이토즈(123420) 역시 영업이익(20억원)이 30% 이상 감소했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등 주요 업체들의 연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행렬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이 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게임사들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최고의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현상은 트릭스터M·블레이드&소울2(이상 엔씨소프트)·서머너즈워: 백년전쟁(컴투스), 붉은사막(펄어비스) 등 2분기 이후 대규모 신작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이 확대된 상황에서 성과급 등 일회성 지출까지 늘리며 수익성을 갉아먹는 결과를 야기했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실적 악화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다. 신작이 공개되고 나면 매출이 크게 늘어 인건비 증가분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김동수 컴투스 IR실장은 이날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향후 신규 게임 출시에 따른 매출 상승이 예상돼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연초 언급했던 14% 수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도 지난 10일의 컨퍼런스 콜에서 "연간 기준 인건비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꾸준히 예정된 신작을 통한 매출 상승으로 상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