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신속한 토종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비교임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만 대조약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일부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여러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존 개발이 완료돼 판매 중인 백신과 개발 중인 국산 백신을 비교해 동일한 수준의 효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비교임상이다. 식약처는 다음달 중 비교임상 신청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계획이다.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 방식으로 임상 3상을 실시하면 약 3만명의 환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비교임상에선 참여자가 10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만 대조약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일부 기업이 배제되는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백신은 개발 방식에 따라 바이러스 벡터, 재조합, DNA, mRNA, 불발화, 바이러스 유사입자 등으로 나뉜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선 셀리드가 이 플랫폼을 채택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만들면 재조합 백신이 된다. 노바백스 백신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가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D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발현시킬 수 있는 DNA를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이 DNA 백신으로 국내 임상 승인을 받았다.
이 밖에 mRNA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불발화 백신은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했으며 국내에선 승인된 임상이 없다. 바이러스 유사입자 역시 코로나19 백신으로는 개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종류와 특징. 이미지/식약처
식약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 업체가 비교임상을 신청했을 때 대조약으로 사용하는 백신은 동일 플랫폼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벡터 백신 임상 중인 셀리드는 같은 플랫폼인 아스트라제네카 또는 얀센 백신만 대조약으로 쓸 수 있다.
비교임상에서 쓸 수 있는 대조약이 일부에 그치자 몇몇 업체들은 해외 임상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DNA 백신 임상 중인 제넥신은 연내 인도네시아 2·3상을 개시하고 다국가 글로벌 3상을 하는 게 목표다. 제넥신 외 다른 기업들도 비교임상에서 쓸 수 있는 백신이 없어 해외 임상을 고민하고 있다.
한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임상 기간 단축을 위해 비교임상 지원안을 제안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개발 플랫폼이 다르면 시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다른 나라에서 임상을 실시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펼치는 추세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일정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한 백신에 한해 이종 플랫폼 간 비교임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프랑스 사례를 제시한다.
프랑스 업체 벨네바는 자사 불발화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비교임상 3상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당국이 임상 승인을 결정하면 주요 국가에선 처음으로 이종 플랫폼 백신 비교임상 사례가 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개발 업체 입장에선 비교임상에서 쓸 해외 백신 대금을 지불해도 될 정도로 임상 기간 단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프랑스에서 곧 이종 플랫폼 비교임상 승인 결과가 나오는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