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여성 징병'을 요구하는 병역법 개정이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병역법을 심사할 의원들이 여성 징병보다 모병제 등 군대 구조 전환에 무게를 두면서, 개정 청원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이 개정됐을 경우 남녀 갈등,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14일 0시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지난달 22일 올라와 약 23일 만에 청원 요건인 10만명을 채웠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20만명을 넘겨야 하지만, 국회 청원은 10만명이 기준이다.
해당 청원인은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진입했고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0.84명으로 전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남성들로만 군대 머릿수를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 징병을 요구했다.
청원인은 헌법 제2장 제39조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와 동법 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를 언급하며 "여자들은 군 복무를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건국 일인 1948년 8월 15일부터 지금까지 병역의 의무를 유예한 것", "언제라도 병역법 개정을 통해 여성도 군 입대하도록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국회 심사를 위한 기준(10만명)을 넘기면서 이날 소관위원회인 국회 국방위원회로 논의가 넘어가게 될 예정이다. 또 여성 이슈가 포함돼 있는 만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해당 청원에 대한 의견을 국방위에 제시하게 된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청원 자체가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병역 제도에서 여성을 포함되도록 논의하기 보다는 모병제, 혼합 모병제 등 다양한 군대 구조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 의원은 "모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월급을 지금보다 많이 준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되면 지원이 많아질 것"이라며 "모병제를 실시해 남녀가 군인이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도 "모병제로의 전환은 자연스레 제기될 수 있지만 남녀 갈등 문제을 부추기는 방식으로는 미래지향적 논의가 될 수 없다"며 "신중하고 전면적으로 우리의 안보상황, 병역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에 의견을 제시할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도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여성가족위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권 의원은 여성 징병의 찬성, 반대는 단편적 시각에 지나지 않고, 안보·국방력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권 의원은 모병제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 다수가 잇따라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해당 법 개정 청원은 계류 혹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4일 0시경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0년 7월 22일 오후 서울역에서 군인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