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유능한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최근 IT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터넷, 게임 등 IT 업계는 물론이고 금융, 유통 등 전 산업 영역으로 IT 인재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에 나서고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 보상을 약속했다. 유례 없는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개발자는 사실상 많지 않다"며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신입·경력 직원 모집이 한창이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이 500명, 크래프톤이 700명 등 모집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인재 유치에 나선 게임사들은 하나같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올 초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하고 신입사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힌 후 나타난 릴레이 연봉 인상의 결과다. 이들은 또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방식으로도 우수 인력을 잡아두려 한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이 500여명 규모의 게임 개발자를 모집한다. 사진/스마일게이트
게임업계의 이같은 인재 유치 전쟁은 개발자를 비롯한 IT 인력의 품귀 현상에서 비롯됐다.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IT 인력 비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1.3%가 "최근 IT 인력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업 특성상 IT기술이 필수라서'가 44.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코로나19로 업무 방식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서'(41.1%)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그 외 '경쟁사 대비 IT 기술을 성장시켜야 돼서'(24.2%),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산업 환경이 변화해서'(17.7%), '4차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경영방침이 바뀌어서'(15.3%) 등이 있었다. 평균적으로 IT 직무자들의 비중은 기존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개발자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도 IT 인력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SSG닷컴은 5월 내로 개발자를 포함한 기술 관련 인력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며 이베이코리아와 티몬은 올해 진행한 채용에서 절반 가까이를 개발자 등 IT 관련 인력으로 채웠다. 롯데온은 개발자를 최대 150명, 마켓컬리는 100명 이상까지 채용할 방침이다.
일부 기업들은 직접 개발자 양성에 나서기도 한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취업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SW) 역량 향상 교육과 다양한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마친 3기까지 1623명이 수료했고, 이 중 1009명(62%)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IT 기업에 취업했다. 한화그룹도 인재 육성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인'을 통해 iOS 개발을 꿈꾸는 창업·취업 준비생 30여명을 선발해 6주간 온라인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우아한형제들은 10개월 과정의 '우아한테크코스'를 개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8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참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기업들이 개발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에 비해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크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는 당장에 업무에 투입이 될 수 있는 사람인데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을 원하지만 이직 시장에 가장 많은 것은 3~5년차 주니어 개발자들이라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당근'은 결국 상위 1%의 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과도한 거품'이라 비난하고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도 뒤따른다.
또 다른 IT 업계 종사자 역시 비슷한 문제 제기를 했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아우룰 수 있는 이른바 '풀스택 개발자'를 기업은 원하고 있지만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인력이 한정적이라 구인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활발해진 플랫폼 사업들 덕분에 수요가 많아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의 역사가 길어봐야 10년 남짓이라 유능한 개발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 OS는 기존 개발자들이 전향하는 사례가 많아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개발 언어가 다른 iOS는 존재 자체만으로 대접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와 함께 개발 직군에 대한 러브콜이 많다는 것도 과장된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개발자들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는 것은 그 사람의 실력이 검증됐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모셔가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개발자 스스로도 개인 SNS 혹은 헤드헌팅 플랫폼 등에 꾸준히 자기 PR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