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이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국순당 본사에서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막걸리 제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주류 시장에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아예 없었던 막걸리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마치 아이폰처럼 말이죠.”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은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국순당(043650) 본사에서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막걸리 제품을 손에 들어 보이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본부장은 2002년 국순당 연구소에 입사해 주류개발팀장을 역임하고 현재 본부장으로서 막걸리 등 전통주 주종 연구와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아주대 생물공학과 졸업하고 제약 분야로 진출하길 희망했던 그가 국순당에 입사하게 된 건 우연히 본 TV프로그램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대학교 학부 시절에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통해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가 술을 발효하고 맛보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술에 대한 관심이 있고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는 양조 산업에 전공을 살릴 수도 있어서 입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 특히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주량이 세진 않다. 하지만 술을 연구하는 업무를 하는 만큼 미각과 후각은 예민하고 민감하다.
박 본부장은 “업무 특성 상 근무 시간에 자주 술 맛을 본다”며 “원하는 방향으로 맛과 향이 잘 나왔는지, 장점은 어떤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서 음미해야하기 때문에 단순히 취하려고 음용할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이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국순당 본사에서 막걸리 연구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그는 입사 초기에는 효모, 누룩곰팡이 등 양조 미생물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다양한 원료를 근간으로 지역마다 특색 있고 차별화된 맛을 지닌 것이 특징인데 양조미생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술 맛이 결정된다는 게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입사 후 탁·약주, 증류주 20여종 제품의 개발 개선에 참여했다.
박 본부장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2009년 국순당 최초 생막걸리 제품인 ‘국순당 생막걸리’ 제품을 출시할 때”라며 “국순당 생막걸리는 출시 2년 전부터 대량 생산 최적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던 제품인데 출시 이후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의자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산했던 제품이라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며 미소를 보였다.
국순당 생막걸리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던 까닭은 박 본부장 손에서 탄생한 발효제어기술 특허 덕이다. 발효제어는 생막걸리 안에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유산균의 발효를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완전 밀폐캡 사용이 가능해졌고 생막걸리의 최대 단점인 짧은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간 막걸리의 경우 병뚜껑(캡)에 일명 숨구멍이라는 틈새가 있어 막걸리를 옆으로 눕히면 그 틈으로 술이 새어 나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국순당은 발효제어기술로 막걸리 업계 최초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전국적 유통망을 구축하게 됐다.
박 본부장은 “캡에 있는 숨구멍은 술이 새는 단점도 있지만 막걸리 신선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발효제어기술로 생성된 탄산의 시원함이 생막걸리 특유의 새콤한 맛과 어우러져 목넘김을 할 때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른 제품과 차별점”이라고 평가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이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국순당 본사에서 1000억 유산균 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왔던 그도 어려웠던 연구가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000억 유산균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10년 동안 연구 개발 끝에 2018년 출시된 제품이다.
박 본부장은 “옛날 문헌을 보면 유산균의 유기산 발효를 이용한 문맥을 많이 볼 수 있는 데 이를 활용하면 한층 성장된 막걸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시판 중인 막걸리 유산균을 조사한 결과 1009가지였고 이 중에서 대표적인 유산균을 찾아내고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판매가가 3000원대인 프리미엄급 막걸리다.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300만병을 돌파했다. 효모의 알코올 발효와 유산균의 유기산 발효의 균형이 제품 인기 요인이라는 게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유산균 발효가 억제되거나 지나치게 유산균 발효가 일어나 신맛이 강한 막걸리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발효가 최적의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효모 알코올 발효 2단에 유산균 3단 발효를 더해 총 5단 발효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막걸리는 다른 주종의 술과 달리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기본 인식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고농도 발효 유산균으로 직접 보여준 것이 1000억 유산균 막걸리의 인기 요인”이라며 “게다가 건강기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와 함께 홈술 트렌드로 가격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정용 소비가 늘어난 덕”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박 본부장은 대중적인 막걸리보단 다양한 맛을 지닌 새로운 막걸리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또 균일한 맛과 향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본부장은 “최종 목표는 주류 시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막걸리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우리 술 막걸리가 주는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우리 술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균일하게 낼 수 있도록 원료 단계서부터 최종 제품 단계까지 면밀하게 살피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