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휴젤 '보툴렉스', 메디톡스 '메디톡신', 대웅제약 '나보타', 휴온스 '리즈톡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의 하나로, 인체에 투여되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이동을 막는다.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신호를 보내면 아세틸콜린이 신경세포를 타고 전달돼 근육을 음직이는데 이 작용을 막는 원리다. 제조동정을 거쳐 보툴리눔균을 제품화한 제제가 보툴리눔 톡신이다.
보툴리눔균은 독소 특성에 따라 A형부터 G형까지 7개 형태로 나뉜다. 이 중 제품화에 적절한 균은 A형이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일부에 쓰이는 홀 A 하이퍼(Hall A Hyper) 균은 이반 홀(Ivan C. Hall) 박사가 최초로 발견해 분리동정한 균이다. 엘러간이 이 균주로 세계 첫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를 개발하면서 현재는 제품명이 일반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중국 업체인 란주연구소도 홀 A 하이퍼 균주로 'BTX-A'를 상용화했다.
홀 A 하이퍼 외 자주 쓰이는 균주는 ATCC3502가 있다. 이 균주는 미국 균주은행이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입센과 멀츠가 이 균주를 도입해 각각 '디스포트'와 '제오민'을 개발했다.
국내에는 지난 1978년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소에서 홀 A 하이퍼 균주를 받아오면서 처음 들어왔다. 이후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메디톡신' 허가를 받으면서 첫 토종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했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등은 각각 다른 균주로 제품을 만들었다. 휴젤은 부패한 음식물에서 CBFC26 균주를,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 포곡읍 토양에서 홀 균주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휴온스는 국내 업체 바이오토피아로부터 균주를 분양받았다고 알려졌다.
홀 A 하이퍼 균주를 포함해 모든 보툴리눔균은 국가 간 반입과 반출이 어렵다. 독성이 강력해 대량살상 생물무기로 쓰이는 등 테러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가 가입한 생물무기 금지협약에선 각국 정부의 승인이 없는 한 보툴리눔균의 국가 간 이동을 철저히 금지한다. 한국은 1987년 6월 협약에 가입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