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박주현은 데뷔 3년만에 ‘괴물 신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다. 넷플릭스 ‘인간수업’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드라마 ‘좀비탐정’에 이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우스’에서도 호연을 펼쳤다. 특히 ‘인간수업’으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자신의 주관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당찬 신인인 박주현은 자신이 시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이승기 분)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형사 고무치(이희준 분)가 사이코패스 중 상위 1%로 불리는 프레데터와 대치 끝에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모습을 그려낸 추적극이다. 박주현은 극 중 10년 전 아픈 상처를 가진 채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고등학생 오봉이 역할을 맡았다.
박주현은 드라마가 종영한 것에 대해 시원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20부작이라는 드라마를 처음 했다”며 “생각보다 긴 호흡의 작품을 하는 동안 제작진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 잠을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원 섭섭하다”고 했다. 또한 ‘마우스’의 결말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슬프다. 봉이가 둘도 없이 사랑한 할머니가 떠나고 남은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하는 사람인 바름이 프레데터라는 사실에 미워도 마냥 미워할 수 없다”고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더불어 “누구 하나 시원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 삶을 돌아보면서 내가 누굴 미워할 자격이 있을지 되돌아보게 하는 결말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우스’는 누구보다 바른 이미지의 정바름이 사실 사이코패스 상위 1%인 프레데터로 밝혀져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하지만 박주현은 정바름이 프레데터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봉이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며 “정바름과 붙은 장면이 많았다. 나를 보면서 바름이 하는 비하인드 대사가 있다 보니 알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정체를 알고 있는 나와 사실을 모른 채 바름을 의존하고 사랑하는 봉이를 분리 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며 “바름을 연기한 승기 오빠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마우스' 박주현 인터뷰. 사진/935엔터테인먼트
박주현이 연기한 봉이는 10년 전 아동 성폭행범 강덕수(정은표 분)에게 몹쓸 짓을 당한 인물이다. 이로 인해 봉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격투기를 배우기도 하고 매사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 박주현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 캐릭터의 아픔을 최대한 이해하고 공감을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감히 자신이 그 캐릭터가 겪은 아픔을 100%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박주현은 “극 중 봉이는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스스로 극복하고 싶어 하고 조금씩 극복을 하고 성장을 한다”며 “하지만 이런 표현이 일반화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고 했다. 당차게 극복을 하려는 봉이와 달리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다만 그는 봉이를 통해 작게나마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단다. 그는 “느리지만 한걸음씩 나가는 봉이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며 “나 역시도 봉이를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 ‘늦어도 되니까 열심히 한발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오히려 봉이에게 위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마우스' 박주현 인터뷰. 사진/935엔터테인먼트
‘마우스’는 정바름과 고무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봉이 역시 할머니와의 서사, 정바름과의 로맨스가 드라마에서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박주현은 봉이를 연기함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단다. 그는 “몰입을 위해서 봉이의 서사 안에서 할머니와의 관계가 애절하고 절절하게 보여야 하는 상황인데 그에 비해 분량이 적었다”며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에 봉이에게 몰입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이를 위해 최대한 현실감 있게 연기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승기와의 로맨스에 대해 “장르물 특성상 로맨스가 같이 가기 어렵다. 사건이 진행되어야 하다 보니 최소한의 로맨스로 최대한의 감정을 끌어내야 했다”며 “이승기 선배와 로맨스 포인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찾아 갔다”고 말했다.
액션과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고 했던 박주현은 ‘마우스’를 통해 바람을 이뤘다. 실제로 해본 액션 연기에 대해 그는 “합을 맞춰 멋있게 하기 보단 감정이 같이 섞여 있는 액션이라 어려웠다”며 “상대방의 타이밍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액션 연기를 해보니 액션을 하는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액션을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어떻게 해도 안 아픈 건 아니다.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해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고 액션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박주현은 ‘마우스’에 대해 “드라마가 장르물이라서 사이코패스, 인간 헌터, 살인마, 살인사건 키워드가 떠오른다. 차갑고 무겁고 딱딱하지만 그 안에 인물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봉이와 무치가 그렇다”며 “그래서 시청자들이 ‘마우스’하면 장르물 느낌보다는 가슴 한 켠이 몽글몽글해지면서도 씁쓸하기도 한 감정을 느낀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우스' 박주현 인터뷰. 사진/935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상에서 범죄 없는 나라를 꿈꾼 최영신(정애리 분)은 사이코패스 유전자 태아 낙태 법안을 추진한다. 결국 드라마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 박주현은 실제 이런 법안이 발의되면 지지할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사실 어려운 문제다. 전제 조건이 자녀를 가져본 사람이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주현으로 선택을 한다면 지지할 것 같다. 봉이를 연기하면서 많은 피해자들의 피를 보고 피눈물을 봤다”며 “씻을 수 없는 상처라는 걸 알기에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드라마는 정바름과 성요환(권화운 분)을 통해 사람의 심성이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중 어디에 더 영향을 받는지를 묻는다. 박주현은 “둘 다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가지고 태어 나는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명을 믿는 편이다”며 “그렇지만 운명을 주변 사람들, 학교, 친구, 사랑, 가족 등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어난 운명이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주현은 자신을 두고 거칠 수 있고 자유분방할 수 있는 색이라고 했다. 그는 “정형화 되지 않고 자유로운 색을 가진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받아들여주는 시대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신인이 겁 없이 할 말 다하는 게 조심스러운 시기도 있었다”며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면 선배들이 잘 받아주고 대화를 해주는 시기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끝까지 파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하는 기본 원칙은 대본이다. 대본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며 “막힐 때면 대본을 봤다. 조금만 거슬리는 게 있으면 끝까지 파서 이해 될 때까지 대본을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주현은 “펜과 대본을 들고 궁금한 걸 물으러 가면 감독님이 도망을 가기도 했다. ‘마우스’ 감독님은 오히려 ‘뭐가 궁금하냐’고 좋아해 준다”고 했다.
끝으로 박주현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긴 했다. 어떻게 보면 닮은 점이 많은 친구로 보일 수 있는데 캐릭터 특징을 가진 고유의 색이 있다”며 “그 색을 아름답고 예쁘게 부각 시키고 싶었다. 캐릭터의 매력을 찾아주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우스' 박주현 인터뷰.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