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저출산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서울 지역에서 어린이집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폐원한 어린이집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553곳에 달했다. 2018년 492곳, 2019년 537곳, 지난해 524곳이다.
유형별로 보면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의 피해가 큰 편이다. 민간어린이집 폐원은 연도별로 210곳, 206곳, 182곳이었으며 같은 기간 가정어린이집은 259곳, 296곳, 310곳으로 집계됐다.
매년 수백곳이 문을 닫는데에는 운영을 지속하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질적인 저출산으로 원아의 '풀'이 줄어든데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아이들이 생겼다. 단설 및 병설유치원으로 빠져나가는 아동도 있고,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외에 민간어린이집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인해 경영 어려움이 가속화한다고 불만이다.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 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물을 새로 세워 국공립 시설을 만들어도 저출산으로 비는 건 마찬가지"라며 "기존 민간 시설 투자가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통계상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해보이는 유형의 어린이집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성북구에서 교회가 운영하던 한 법인어린이집은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회계 투명성이 핵심인 '서울형 어린이집'에 학부모의 운영 참여를 골자로 하는 '열린어린이집'까지 이중으로 서울시 인증을 받았지만 원아 감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당초 44명 정원이었다가 지난해 10명 가량이 졸업하고 지난 2월에 다시 10명 가량이 졸업하면서 더이상 버틸수가 없게 됐다.
학부모 요구에 따라 그동안 없던 0세반까지 만들었지만 1~3명에 머물렀고, 자녀를 보내던 신도 숫자가 반토막나는 등 교회 내부 사정이 겹쳤다. 등하원 길에 선별진료소가 있고 주변에 아파트가 없어 신규 유입까지 적었던데다, 코로나 우려로 인해 학부모들은 자녀를 대기만 시켜놓은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폐원한 한 어린이집에서 2년 동안 원장을 하던 L씨는 "폐원으로 닫힌 문을 두드리던 아이들의 모습이 선하다"며 "원아 모집 걱정없는 국공립 원장 자리를 노리려고 해도 다른 자치구에서는 '지역 기여도' 점수가 없어 밀리고, 성북구는 신규 아파트가 없어 경쟁 기회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나 교사들이 이대로는 진로 변경을 고민할 판"이라면서 "서울형 인증 시설의 종사자들에게 변경위탁이나 재위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우선순위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집의 경영 상태가 남아있는 교사들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핑계'로 작용하면 안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은 "담임교사가 원아 20명을 돌보다가 아이가 사고사한 사건을 생각해보라"며 "정부 고시를 고쳐 교사당 아동 숫자를 줄이면 폐원이 되더라도 교사 일자리는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25일 서울 송파구 국공립어린이집 방역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