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기존 전망치(3.0%)보다 1%포인트 올려잡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4% 목표와 궤를 함께 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성장률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의 상관관계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렸다’는 입장이나 금리 조정 예측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만큼, 단행 가능성이 유력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4.0%로 제시했다. 올해 2월 25일에 제시한 전망치인 3.0%보다 1%포인트나 높였다. 성장률 전망치가 한 번에 1%포인트 높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예상처럼 4.0% 성장을 하면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가 된다. 지난달 공개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6%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전망치 수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2·3·4분기에 0.7~0.8%씩만 성장하면 연 4%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수출 호조가 성장률 조정에 한몫했다. 4월 수출(511억9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41.1% 급증한 상황이다. 이는 2011년 1월의 41.1%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기준으로도 29.4% 늘었다. 수출 집계를 맡고 있는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311억2000만 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3%나 뛰었다. 일평균 기준으로는 증가율이 59.1%에 이른다.
한은은 올해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철강 등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9.0%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다. 또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5.3%에서 7.5%로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민간소비도 가계심리가 회복되고 소득여건 부진이 완화되면서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정부도 4%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올해 우리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며 '4%대 성장'을 언급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 수준으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75%로 내린 이후 5월에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낮춘 바 있다. 이달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총 8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다만 금리 인상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금리 조정 예측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만큼, 단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그널로 풀이되고 있다.
이 총재는 "시기를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거시나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질서 있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긴 하나 기본적으로는 국내 여건에 맞춰서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