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최근 베트남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요 공단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일면서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의 강도 높은 확산 방지 대책까지 더해지며 정상적인 조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박닌성 정부는 지역 내 공장들에 '다음 달 2일부터 모든 직원의 출퇴근을 금하며 당분간 회사에서 기숙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20만명이 넘는 박닌성 내 공단 근로자들의 이동을 최소화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박닌성에는
삼성전자(005930) 휴대폰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이 있다. 특히 박닌은 타이응우옌과 함께 삼성전자 글로벌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요충지다.
이번 지침안에 따르면 기숙하지 않은 인원은 회사에서 근무하지 못하며 자택에서 자가 격리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당장 박닌성 내 공장들은 기존 생산 인력 유지를 위해 시행 이전까지 기숙 시설 등을 추가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현지 공장들은 곧바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현지가 코로나19로 인해 난리가 났다"며 "당장 시행을 해야 하는 만큼 지방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이번 안을 내놓은 이유는 현지 의료 체계가 부실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4차 지역감염 여파로 인해 28일까지 3300여명이 확진됐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국내 기업이 밀집한 박닌성과 박장성에서 나왔다. 특히 삼성의 협력사가 많은 박장성에서 가장 많은 1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박닌성도 700여명이 확진됐다.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 내 삼성전자 공장. 사진/뉴시스
지난해부터 27일까지 총 확진자가 6100여명 정도인데 그 절반이 최근 한 달에 집중됐다. 두 자리가 채 안 됐던 일일 확진자는 26일에만 444명에 달하며 하루 최다치를 경신했다. 폭발적인 확산세로 인해 지난주 박장성 내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박장성 내 한 협력업체에서 4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협력사에서 부품을 조달해 공급 차질은 없다는 설명이나 국내에서 급히 대책반을 꾸리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 두 명이 12일 양성 판정을 받자 같은 생산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 1000여명이 따로 검사를 받았다. 박장성에 있는 삼성전자의 협력사 주재원 한 명도 최근 확진됐는데 베트남 거주 한국인으로는 최초의 지역감염 사례다.
현재 박닌성 등은 특별히 이동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오후 8시 이후 통행을 금지한 상태로 타 지역 간 이동 역시 금하고 있다. 식당과 체육시설 등의 영업도 모두 정지해 사실상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