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이 손잡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독점 콘텐츠를 무기로 OTT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종 OTT도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투자에 힘써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영화 제작사 MGM과 인수계약을 맺었다. 인수 금액은 85억달러로 한화 약 9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미국 통신 대기업 AT&T가 다큐멘터리 케이블TV채널 '디스커버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AT&T는 자사 미디어 부문인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를 합병할 계획이다.
글로벌 콘텐츠 대기업의 합종연횡은 최근 급격히 성장한 OTT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100억달러(한화 약 123조원)를 돌파했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성장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코로나19로 지연된 신규 콘텐츠 수급이 정상화되면 가입자 증가폭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처럼 OTT 성공의 열쇠는 '신규 독점 콘텐츠'가 쥐고 있다. 다수의 독점 콘텐츠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마존이나 워너미디어 모두 이 점을 인지하고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국내 OTT 기업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나 콘텐츠웨이브 등 OTT를 운영하는 기업이 앞다퉈 콘텐츠 투자금을 확대하는 이유도 '킬러 콘텐츠' 확보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함이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도 투자를 늦출 수 없다.
OTT 업계에 막대한 투자를 동반한 경쟁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지만,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 각 부처로 흩어진 정책 추진체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7일 '글로벌 OTT의 진입에 대응한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 과제' 정책보고서에서 이를 지적한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및 플랫폼 유통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OTT에 비해 국내 OTT 기업은 플랫폼 기반으로 이뤄져 있고, 콘텐츠는 주로 방송사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방송과 OTT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및 규제 개혁 등을 아우른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은 타당한 정책이지만, 정책 수립 및 추진 시기가 지연되고, 기간도 단기라는 한계가 있어 구체적 성과 없이 청사진으로 머무를 우려가 있다"며 "시장 예측성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서도 각 부처가 현행 정책 프로그램을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처별 OTT 지원사업(2021년 기준). 자료/입법조사처
OTT 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 부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OTT 진흥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로 추진체계가 분산돼 있는데, 지원 사업도 OTT 콘텐츠 제작·유통, 콘텐츠 펀드 조성 등을 내용으로 유사·중복 우려가 있다"며 "개별 부처 전문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OTT 사업자를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 수립과 제도개혁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를 관장하는 부처가 결국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내실 있는 콘텐츠 업계 지원을 하기 어렵다"며 "결국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등 시대에 맞는 입법과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미디어 콘텐츠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한 곳으로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은 현재 OTT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을 운영 중이다. OTT를 온라인 쇼핑 멤버십과 성공적으로 연계해 지난해 말 기준 1억5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아마존은 여기에 MGM이 보유한 '007 시리즈', '록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인기 영화를 더해 구독자를 끌어모을 계획이다. MGM의 제작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넷플릭스나 애플 등이 MGM 인수를 검토했지만, 100억달러에 가까운 몸값을 감당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미디어도 'HBO맥스'라는 자사 OTT 플랫폼을 갖고 있다. HBO맥스에는 'DC코믹스' 영화와 프렌즈·왕좌의 게임 등 인기 드라마를 서비스해 구독자가 64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디스커버리가 운영 중인 OTT 서비스 '디스커버리 플러스' 이용자 1500만명과 유명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흡수해 몸집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