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용윤신 기자]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유·철강 등 원자재값 상승,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2%대 물가’ 압력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5월 소비자물가(-0.3%)가 매우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일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수치다.
1년 전 5월의 물가 상승률은 -0.3%로 저효과가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농축산물 가격 중 일부 품목들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어 물가 압박이 큰 상황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던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전월(107.04)보다 0.6% 오른 107.68을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수 기준으로는 2012년 5월의 107.35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공산품(1.1%) 가격 상승도 두드러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은 제1차 금속제품(3.2%), 화학제품(2.1%) 물가가 크게 오른 모습이다. 1차 금속제품 중 강관연결구류(20.0%)와 일반철근(7.4%), 화학제품 중 엔지니어링플라스틱수지(14.3%), 자일렌(4.0%) 등도 상승세다.
유가는 전월 주춤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나프타와 경유가 167.5%, 64.3%씩 오른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전일까지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32.8%, 33.8%, 36.7% 올랐다.
지난 겨울부터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림수산품은 2.9% 떨어지면서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정 내에서의 고기 소비가 늘면서 돼지고기(15.0%), 쇠고기(2.4%) 등 축산물(4.8%)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듯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에서 1.8%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미 관련 시장에서는 2% 상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도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일시적, 제한적이라며 심리 잡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내일은 5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될 예정인데 작년 5월 물가(-0.3%)가 매우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지표물가가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유와 철강 등 원자재값 상승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내구재 등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고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가 2%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물가 상승은 에너지,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황에 따른 것으로 농산물의 경우 비축량을 푸는 등 수급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문제는 미국이 테이퍼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우리도 이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라며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면서 물가에도 부담을 적게 주겠지만 불어난 가계부채에 부담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원가부담이 일시에 늘어나고 사재기 등 시장교란 행위 등 우리 기업들의 추가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비축물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할인·외상 방출을 통해 기업의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우리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하·용윤신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