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원칙 지켜야" vs 비이재명계 "실리 챙겨야"(종합)

3시간 반 의원총회 경선일정 격론, 당헌 88조 해석 갑론을박

입력 : 2021-06-22 오후 3:29:29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일정을 두고,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맞붙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과 비슷한 시기에 경선을 치뤄야 흥행할 수 있다는 '실리론'을 펼쳤다. 반면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계 의원들은 경선 일정이 국민·당원과 한 약속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하며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22일 오전 10시30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경선일정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의총은 경선연기 2대2 찬반토론으로 시작됐다. 경선연기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비이재명계인 김종민·홍기원 의원이 나왔고, 반대 측에서는 이재명계인· 김병욱김남욱 의원이 나와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띄었다.
 
의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됐던 건 당헌 제88조 문구 중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 여부였다. 당헌 88조 2항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선거일 전 180일까지 정해야 하는데,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선 연기를 반대하는 이재명계는 대선후보를 180일 전까지 선출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고, 당무위에서의 결정은 극히 예외적인 사안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과 만나 "원칙은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바뀌어야 한다면 중대하고 상당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계는 차기 대선(3월9일) 180일 전인 오는 9월10일까지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경선 연기를 찬성하는 비이재명계는 단서조항인 '상당한 사유 있을 때 당무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120일 이전인 11월9일까지 확정하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대선후보를 내놓아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당헌을 두고 경선일정을 논의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빠르게 우위를 점하려는 측(이재명 경기도지사)과 반등을 노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측(이낙연 전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싸움인 셈이다.
 
2대2 찬반토론을 마치고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도 16명의 의원들이 즉석에서 발언을 신청하는 등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고성이나 몸싸움은 없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송영길 대표에게 당무위 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초 송 대표는 해당 사안이 지도부 결정사항이라며, 결정에 변화가 있을 때 당무위를 소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도부와 시도당 위원장 등 100명으로 구성된 당무위는 경선 연기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어 비이재명계에 유리한 구도다.
 
송 대표는 이날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선 일정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한편 이날 의총에서는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는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에 대한 제명도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일정을 두고,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맞붙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과 비슷한 시기에 경선을 치뤄야 흥행할 수 있다는 '실리론'을 펼쳤다. 반면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계 의원들은 경선 일정이 국민·당원과 한 약속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하며 맞섰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이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하지말고 공개로 하자”는 발언과 관련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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