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리선권 외무상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당분간 북미 간 대화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대화에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와 식량 지원 여부가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전날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다시 한번 선을 그은 것이다. 리 외무상의 담화는 김 부부장의 발언 의미를 재확인하는 공식적인 거부 의사로도 보인다. 다만 무의미한 접촉이라는 표현 등으로 '현재 상태에서 대화를 통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북한 당국의 속내도 읽힌다. 즉 '유의미한 제안이 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완전한 '대화 단절'이 아니라 미국에 구체적이고 진전된 제안을 통해 대화에 나올 명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장 미국이 유의미한 제안이나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북미 대화의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리 외무상의 담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이 너무 가볍게 받아들인다,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라며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이 (미국이) 뭔가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진정성이 담긴, 구체적인 명분을 줄 것으로 알았는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떠나 버렸다. 여기에 대한 아쉬움 표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결국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이 북한을 향해 대화에 복귀할 명분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싱가포르 합의 이행 문제,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발전권과 생존권 등 이 속에는 제재 완화가 다 들어가 있다"며 "(북한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 등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 상태에서 협상에 들어가서 아무 의미 없이 지난한 대화를 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일정 정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고 싶어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일단 한미연합훈련 중단 내지 축소 이런 것들이 먼저 취해져야 북한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향해 정부가 민생 지원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식량 문제를 가지고 김정은 총비서가 4일씩이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했다. 확실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며 "(쌀) 준다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가 거절 당할 걱정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