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시청과 산하 기관들의 재택근무가 점차 유명무실해져가는 양상이다. 3분의1 지침은 여전히 유지 중이지만 통일된 기준마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서울시청 본청의 사무실 풍경은 마스크만 없다면 코로나 이전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서울시청 구내식당 점심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우선 수백개의 책상들이 대체로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팀마다 한두명 빠진 과들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복무지침에서 내세운 3분의1 재택 비중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4일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울시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공무원 A씨는 "코로나가 생활화하면서 지키는 사람은 지키고 안 지키는 사람은 안 지키는 분위기가 심화되가는 느낌"이라며 "최근으로 올수록 'FM"대로 지키는 곳은 거의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근무시 착신을 해두지 않거나 연락두절되는 경우가 가끔 나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긴다"면서 "그래서 재택을 그만두는 부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 역시 전반적으로 3분의1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경우 재택근무뿐 아니라 연가 등을 포함해도 공석이 3분의1에 미치지 못했다. SH공사에서 '재택근무 등'이 33% 미만을 기록한 조직을 보면 △지난 3월 40개 처·실·단 중에서 38개 △4월 43개 중에서 37개 △5월 47개 중에서 40개로 집계됐다.
최근으로 올수록 재택 근무 인원이 적어지는 기관들도 있었다. 서울장학재단은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인원 중 재택 근무 인원이 이번달 들어 지난 14일 현재까지 0명이다. 서울장학재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의무적으로 인원을 배정했지만 3월에 장학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청제로 바뀌었다"며 "접수한 서류는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실무자가 10명 밖에 안된다는 점도 요인이 된다"며 "의무제로 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120다산콜재단의 경우 지난 1월25일에서 3월24일까지 재택 근무자가 102명이었다가, 같은 달 25일부터 4월28일까지 91명, 같은 달 29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85명, 같은 달 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79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재단 담당자는 "재택 신청했다가 실제로는 못하고, 대상자가 아니었다가 들어가게 되서 숫자가 유동적"이라면서도 "백신 접종 등 환경 변화가 작용했다고 봐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되면서 지난 2월16일 복무지침에서는 기존 '부서별 2분의1 이상 재택근무, 연가 등 실시'라는 문구에서 3분의1로 바뀐 바 있다. 지난 4월27일에는 서울시가 3분의1 수준의 재택근무제를 적극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치안·국방·외교·소방·우편·방역·방송·산업안전·코로나19 관련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력)이나 개인정보 등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인력)은 제외가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3분의1을 명시한 복무지침은 거리두기 단계가 변해야 바뀌는 것이라 현재는 유지 중"이라면서도 "숫자가 부서별로 일률적이지도 않고 강제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청 공직 이력이 있는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아무래도 방역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방역과 경제, 업무가 서서히 균형을 맞춰가는 입장이고, 재택으로 인해 소통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재택근무를 줄이다가도 상황이 악화하면 다시 늘리는 등 신축적으로 갈 필요가 있겠다"며 "신축적인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는 이미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울시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