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보수진영의 시각에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주목을 받으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성장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전임 법무부 장관 등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상징이 됐다. 결국 현 정부와의 힘 겨루기 속에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권교체라는 보수진영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주요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소한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과거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당의 인재영입을 통해 정치권에 합류한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현 문재인정부까지 이르기까지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검찰주의자로서의 윤석열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각각의 정권 관련 수사를 통해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게서 '불의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미지로 인해 정치적 입지를 재직시부터 쌓아올린 검찰총장으로서 한국 정치사에 이례적 사례를 만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전 총장은 아직 정치인 보다는 검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9수 끝에 사시합격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 전 총장은 1년간 변호사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검사로 지냈다. 윤 전 총장은 2008년초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BBK 사건' 특검에 파견검사로 참여했다. 2011년 중수1과장 시절에는 부산 저축은행 사태 수사를 이끌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때는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다. 당시 특별수사팀장이던 윤 전 총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좌청성 인사로 고립됐던 윤 전 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다시 전면에 나섰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왼쪽에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 전 총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다. 이후 거침없는 '적폐 수사'에 나서게 된다. 이명박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 후속 수사,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수사, 사법 농단 사건 수사 등에 나섰다. 2018년에는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이때부터 현 정부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며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를 검찰개혁에 대한 반기로 여긴 여권 세력과 마찰을 빚게 됐다. 추미애 전 장관과는 추·윤 갈등 구도를 형성하다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박범계 장관과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결국 지난 3월에 사의를 표명했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 전 총장과 환담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전 총장의 사퇴는 '검사 윤석열'에서 '정치인 윤석열'로의 변신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사실상 대선 도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1위를 줄곧 유지하며 반문 전선의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됐다.
최근에는 전언정치와 X파일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첫 영입인사인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업무를 수행한 지 10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이후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정치 참여 선언으로 각종 의혹을 정면 돌파하며 다시 한번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