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개선 방법이 있을까요."
앞으로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통화를 하면 대체로 이러한 반응이 나온다. 현재 한일 정상 간 만남도, 외교장관 만남도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설사 양국의 외교 고위 당국자가 만난다고 해도 한일 간의 여러 현안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 "미래는 우리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실용적으로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문제) 현안들을 모두 다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그동안 냉담한 자세를 생각해 볼 때 윤 전 총장의 '그랜드 바겐' 구상에 바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실용적인 협력을 통한 해법을 모색하자'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말들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에 나서게 되면 합의안을 도출하기가 힘든 것도 현실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이어 도쿄올림픽 지도의 독도 표기 논란까지 생각한다면 당장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결코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 당장 도쿄 올림픽만 하더라도 보이콧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50%를 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 일본을 방문하는 데 대해 60% 이상이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본 정부의 잇따른 도발에도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정부지만 국내 여론에서도 보듯이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 오히려 성과가 불분명한 한일 정상회담으로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의 협상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화 요청을 지속하는 것도 국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 일본이 진정으로 대화에 임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판단하고 정부가 양국의 관계 개선에 나서도 늦지 않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