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의제를 '톤다운'(주장의 논조를 약하게 함)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경선 출마 전엔 "제1의 민생정책"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아직 공약발표를 하지 않았다"라고 수위를 낮췄다. 이 후보의 정치구호인 '공정사회'는 강조하면서 재원마련 대책 등 기본소득 관련 세부 논쟁은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밤 10시30분 KBS를 통해 방송된 민주당 경선 텔레비전(TV) 토론회에선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제1 공약'인지가 논란이 됐다. 그간 이 후보는 2017년 첫 대선 도전 때도 기본소득을 1호 정책으로 내세울 만큼 이 의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기본소득이 제 유일한, 제1의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정세균·박용진 후보는 "말을 바꾸며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라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그로자 이 후보는 "아직 정식으로 공약을 내놓은 게 없다"며 "곧 정책을 발표하겠지만, 공정성장이 1과제"라고 했다.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 등 기본소득을 비판한 야권 인사들과 강하게 논쟁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 최근 이 후보의 행보를 보면 기본소득을 강조하는 비중이 다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기도청에서 울산시 기본소득연구회를 만나 "제1의 민생정책은 성장을 회복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본소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의 정책인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소득토지세, 기본금융 등은 '기본시리즈'로도 불린다. 경기도는 민선 7기 이후 매년 국제 기본소득 세미나를 개최할 정도다.
그러나 지난 1일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기본소득은 단 두 번만 언급됐다.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후보는 "기본소득이 제 유일한, 제1의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야권에서 제기한 안심소득과 공정소득 등에 대해선 "기본소득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면 고소득자에게 더 세금을 걷고 저소득자에게 더 지원하는 방식도 옳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 의제에 관한 언급을 줄인 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재원마련'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증세를 하지 않고 정부 1년 예산 560조원 가운데 25조원을 절감하면 상·하반기에 1인당 5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탄소세와 데이터세, 인공지능로봇세, 국토보유세 등의 기본소득목적세를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조세를 절감하고 장기적으로 증세에 대한 동의를 끌어낼 것인가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반론도 많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기본소득은 이 후보의 대표정책으로 총론에서는 지지를 받을지 몰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예산과 방법, 효과 등에서 논쟁거리와 논란의 소지가 매우 많다"며 "각론을 검증·논쟁할 때 드러날 논리적 약점을 차단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첫 합동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