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우려가 현실이 돼 버렸다. 더 떨어질 낭떠러지조차 없는 심정이다."
수도권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13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날 전해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가뜩이나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A대표는 "사업을 30년 넘게 해오고 있는데 지금처럼 힘들었던 때가 있을까 싶다"면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지금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인상한 9160원으로 결정했다. 최소 동결 입장을 유지해 온 경영계는 충격에 빠진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불만이 극에 달했다.
지방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지방은 수도권보다 좀 낫지 않냐고들 하는데 여기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면서 "장사도 안 되는데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도 덜 뽑을 수 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최임위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현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면서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현재 수준에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이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중소기업계의 절박한 호소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한 만큼 향후 초래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증하게 될 영세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소공연은 "현재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사실상 봉쇄 조치가 취해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인상은 더욱 큰 폭의 인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으며 소상공인의 위기가 더욱 심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소공연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최저임금의 격년 결정 실시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실시 △소상공인 지불 능력 평가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 등의 개편을 촉구했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