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 흐름이다. 새정부 들어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가운데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낮추는 등 가계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장기화 하면서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국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국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7000억원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월 3000억원, 3월 3조 6000억원 감소했던 추세가 멈춘 것이다.
은행권 기준으로는 5개월 만에 가계대출이 다시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106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2000억 원)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뒤 반등한 셈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이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이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놨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0년 만기 신용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주담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주택매매거래 둔화에도 전세 및 집단대출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담대 규모는 지난 4월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그 폭은 지난 3월 3조1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 말 2030세대의 대출 연체율은 5.8%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해 1분기보다 0.8%p 상승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은 부채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해당 조치들이 종료될 경우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 대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금융정책 키워드가 대출 완화·혁신금융인 만큼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달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를 0.50%에서 1.50%까지 끌어올렸는데 시장에서는 연내 2.25%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온다.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p, 0.5%p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정부도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파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 "LTV와 DSR 완화 속도를 어느 정도로 갖고 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은행 상담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