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2005년 이후 17년째 되풀이했다. 도쿄 올림픽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두고 발생한 이번 도발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및 한일 정상회담은 사실상 무산되는 모양새며, 한일관계 경색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13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에서 2021년판 방위백서를 보고했다. 백서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했다. 또한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허용했다. 도쿄올림픽 박물관도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와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수를 일본인처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에 문 대통령의 방일을 긍정 검토하던 청와대 기류도 부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당초 청와대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화답하는 형식으로 문 대통령의 방일을 적극 검토했다.
특히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수출규제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관계 개선 및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문 대통령이 방일하면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회담 시간은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평창올림픽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1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하며 폭넓게 현안을 논의한 것과 명백히 대비되는 조치다.
결국 청와대 측은 정치적 위기에 빠진 스가 내각이 "문 대통령의 방일문제나 한일관계 개선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본 NHK와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출범 초기 최고 70%대를 자랑하던 스가 내각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반토막이 났다. 부실한 코로나19 대응과 무리한 올림픽 강행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올가을 총선거를 앞둔 스가 내각이 한국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해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설령 문 대통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외교적 푸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주문했다. 이는 성과가 없다면 문 대통령의 방일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일본의 방위백서 도발에 외교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고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 역시 주한 일본 국방무관 마쓰모토 다카시 대령을 불러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방위성이 발간하는 '방위백서'가 올해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초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