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짚신·우산 장수와 과학·정치 방역

입력 : 2021-07-19 오전 6:00:00
코로나 4차 대유행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청와대가 과학 방역이 아닌 정치 방역에 집착하다 빚어졌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부의 주장대로 이번 4차 대유행이 과연 과학 방역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 방역을 하려다가 빚어진 일인가. 이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통해 단지 과거를 톺아보고 그 책임을 묻는데 한정한다면 톺아보는 참된 뜻이 훼손된다. 반면 이를 성찰적 관점에서 투명하게 살펴보는 것은 계속될 코로나 전쟁에서 방역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새로운 방역 전략을 구상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야권과 일부 언론의 정치 방역 공격과 청와대 방역기획관 책임론에 대해 청와대 정무수석 등뿐 아니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 등도 앞 다퉈 해명에 나섰다. 7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즉 기존보다 방역 규제가 다소 느슨한 방역 지침은 어느 한 개인, 즉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 지자체, 관련 단체, 협회 등이 모여 집단지성 하에 만들어낸 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철희 정무수석은 “기 방역기획관은 컨트롤타워가 아닌 청와대와 정부 기구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 역할을 축소했다.
 
집단지성으로 만든 이 4단계 안은 시행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뭇매를 맞고 누더기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일부터 가장 낮은 1단계를 적용받은 비수도권 지역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점차 상황이 나쁜 쪽으로 바르게 전개되자 대부분 15일부터는 2단계 방역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비수도권 가운데 부산은 이미 지난 10일부터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3단계를 적용하려니 신규 확진자 규모가 단계 발령 기준에 못 미치고 2단계를 원칙대로 적용하자니 뭔가 찜찜해 낮에는 2단계, 밤에는 3단계 방역 수칙 기준을 각각 적용해 식당 등에서 사적 모임 인원을 8명과 4명으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 3단계와 2단계가 밤과 낮을 경계로 바뀌는 것이다. 4단계를 적용하는 수도권에서도 식당과 카페 등에서 모이는 인원 제한을 낮에는 4명까지,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2명으로 하고 있다. 밤낮에 따라 모일 수 있는 인원을 달리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낮에는 쉬고 밤에만 활동하느냐며 원칙이 없는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짜깁기가 이루어져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대응은 과학 방역에 기초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학 방역이 항상 절대 선은 아니다. 과학 방역은 옳고 정치 방역은 틀렸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과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십 명에서 1백~2백 명일 때는 철저한 과학 방역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는 과학 방역뿐만 아니라 정치 방역도 필요하다. 과학 방역과 정치 방역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과학 방역을 완전히 무시한 정치 방역은 효용 가치가 없다. 따라서 정치 방역이 홀로는 존재할 수 없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팬데믹이다. 또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확산 정도 등에 따라 과학 방역과 정치 방역을 정치에 찌들지 않은 진짜 전문가의 손을 빌려 조화롭게 버무려 코로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맛난 ‘짜파구리’ 같은 방역 모델이 나온다.
 
이번 코로나 4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과학 방역과 정치 방역을 잘 섞어 맛깔난 한국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3단계 거리두기 안을 시행했다가 다시 1단계와 2단계,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1.5와 2.5 등 ‘점오’ 단계를 두는 5단계로 바꾸어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4단계로 바꾸었다.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화를 보면서 정부 방역 정책에서 우산과 짚신을 각각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에 관한 옛이야기가 생각난다.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걱정해 정치 방역에 방점을 좀 더 많이 찍을 때마다 공교롭게도 동티가 났다. 짚신 장수 큰 아들 생각에 날이 맑았으면 하고 빌 때마다 비가 오는 격이다. 정부는 4차 대유행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이들에게 집단지성 탓으로 돌리지 마라. 설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보다는 ‘내 탓이오!’를 크게 외쳐라. 대통령이든, 서울시장이든, 질병관리청장이든, 보건복지부 장관이든,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든. 국정상황실장이든. 특히 아직 직접 내 탓이라고 말하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용기 내어 외치고 또 외치기 바란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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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