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동남권신공항 `출구전략` 고민

내년 관련 예산 `0원`..느긋한 국토부
"2012년 착공 예정이나 다음 정권 이월 가능성 커"

입력 : 2010-08-05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국토해양부가 동남권신공항 건설에 대한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재정이 어려운데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신공항건설을 함께 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아니겠냐"며 "국토부에서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반발을 우려해 직접적으로 사업중단을 선언하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이 정권에서 무리하게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도 "아직 입지평가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위원회가 올해말쯤 입지를 선정하더라도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심사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토부는 느긋하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추진중인 부산과 밀양 신공항 유치를 추진중인 대구·경북·울산·경남지역에서 시민유치위원회를 결성하고 1천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정권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4년여 동안 질질 끌어왔으면서도 아직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선정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위원회 구성도 수차례 미뤄왔기 때문에 이달 중에 구성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올해말 입지선정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국토부는 현재 박창호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비행장공학 전공) 교수를 입지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본인의 수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박 교수가 수락하지 않으면 다른 인물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지평가위원은 해당 지역출신 인물을 배제해야 하는 등 중립적 성향의 인사를 물색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국토부가 내정한 20명의 위원들이 수락하지 않을 경우 적합한 인물을 다시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이 모두 수락해야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되고 회의를 통해 평가지침도 만들어야 하는 등 갈길은 급하지만 국토부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락된)위원들이 대부분 교수여서 방학을 이용해 해외에 나간 분이 많아 방학이 끝나야 될 것 같다"며 "이달 18일나 19일중 첫 위원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성을 위해서라지만 입지평가위원회에는 정부 인사가 단 한명도 없다. 모든 결정을 민간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의도인지 정부가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인지 헷갈린다.
 
국토부가 지난해 3월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공항 입지 경쟁지인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적 타당성(비용대비 편익·B/C)이 각각 0.7과 0.73에 그쳐 1에 크게 못미쳤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B/C가 1을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소요예산도 턱없이 많다. 인천공항 건설에는 8조6000여억원이 투입됐지만 가덕도는 9조8000억원, 밀양은 10조3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가덕도는 수심이 깊어 바다를 매립하는 매립비용이, 밀양은 주변이 산악지대라 산을 깎아내는 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인천공항에 비해 수요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동남권에 거주하는 인천공항 이용 550만명 가운데 신공항을 이용할 승객의 수를 말하는 `전환수요`는 가덕도가 350만명, 밀양은 36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관련 예산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업중단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거나 최대한 사업의 진행을 늦추고자 하는 의도다.
 
국토부는 올해 기획재정부에 관련 용역비로 10억원을 요구했지만 내년에는 단 한푼도 관련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는 2012년 착공 예정이지만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고, 다시 `선거공약`에 오르면서 결국 다음 정권이 들어서야 사업의 재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정권 때도 무기연기 대상사업에 올랐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재검토하게 됐고,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더라도 쉽게 접을 수 없다는 데 국토부의 고민이 있다.
 
이에 대해 전병국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은 "정권이 바뀌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명확한 평가지침을 만들어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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