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 고지 보이자 찬물?…구글 "일부 인앱결제 내년 3월까지 미룬다"

오는 20일 안건조정위·상임위 처리 예정
8월 중순 결산국회까지 본회의 처리 목표
'동등접근권' 권고 수위·공정위 중복 규제 문제 '과제'
구글 압박 느꼈나…인앱결제 적용 '연장 요청' 옵션 제시

입력 : 2021-07-19 오후 5:10:0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일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곧 처리될 전망이다. 여당이 법안 처리를 미뤄온 야당의 협의 없이도 이를 전체 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안건조정위와 상임위 처리 후,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나 8월 열리는 결산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여당의 목표다. 다만 이날 구글이 요청 기업에 한해 인앱결제 적용 유예 시기를 내년 3월 말로 한차례 더 늦출 수 있다고 발표하고 나서 법안 처리의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2차 회의. 사진/공동취재사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과방위) 안건조정위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3차 회의를 열고 일명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최종 논의한다. 안건조정위는 이날 해당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안건조정위에서 의원들은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7개 법안의 세부 내용을 비교하고 쟁점을 정리했다. 안건조정위는 △특정 결제 수단 강제 금지 △앱 심사 지연 행위 금지 △앱 삭제 행위 금지 △다른 앱 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금지 등 쟁점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등접근권' 의무화에 대해 의견이 완전히 모이지 않았다. '동등접근권'이란 앱 개발자에게 모든 앱마켓에 앱을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조항들과 달리 앱마켓 사업자가 아닌 앱 개발자에게 규제를 거는 내용이다. 지난 6월 말 열린 안건조정위 1차 회의에서 의원들은 동등접근권 관련 조항을 '강제'에서 '권고'로 일단 수정한 상태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손꼽아 기다리는 IT 업계도 동등접근권 조항에 대해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다. 모든 앱 마켓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면 각 앱마켓마다 별도의 개발이 필요해 중소규모의 개발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회 과장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5일 열린 안건조정위 2차 회의에서 "정부의 권고 자체가 문헌상으로는 '권고'지만 사실상 사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 거기에 더해 성실하게 노력해야한다는 것까지 법에서 명시하는 것이 어떨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등접근권'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최소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권고라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앱 마켓에 등록할 수 있다고만 해 놓으면 사실상 시장 독점 상태인 구글의 앱마켓 플레이스토어로 집중돼 이번 법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권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동등접근권은 2009년 IPTV법 시행 통해 실효성을 검증했다"며 "강제보다 권고로 수정했으니 최소한 기업이 노력하거나 결과에 대해 장관에게 보고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권고할 수 있다'를 넘어 '권고해야 한다'로 조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양 의원은 "권고 자체도 법적 강제력은 없다"며 "그 조항을 넣어야 실질적으로 개정안의 취지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정필모 의원은 "동등제공의무 조항과 관련해 권고해야 한다는 정도는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데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특정 업체(원스토어)가 내년 초 IPO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칫 특혜가 될 수지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업무 중복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다른 앱 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금지' 등 사업자 차별 금지 조항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규제와 중복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는 아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공정위 간의 업무 분장 범위를 완전히 정하지 못했다.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타 앱마켓 등록 방해 등에 대해 경쟁 혹은 독점, 공정거래법상 문제로 공정위 소관 업무라는 주장과, 전문적·기술적 부분이므로 방통위가 해야한다는 주장이 갈리고 있다"며 "공정위와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합의되고 정리된 것만 우선 통과시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가운데 최근 구글의 발표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에 막판 변수로 다시 떠오를지 주목된다. 구글은 지난 16일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일부 요청 기업에 한해 인앱결제 정책 변경을 오는 10월에서 2022년 3월31일로 연기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개발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대·중·소 개발사의 의견을 취합·검토한 결과, 인앱결제 정책 적용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주기로 했다"며 "오는 22일부터 개발자들은 연장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각 사의 요청을 검토한 후 피드백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글이 돌연 정책을 변경하자 업계에서는 이것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입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과방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법 과정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정책 적용 시한만 6개월로 미룬 것이기 때문에 입법 조치에 변수로 작용될 것은 없다"며 "안건조정위 3차 회의에서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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