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가입자 5만5000명의 보험금 4300억원이 걸려있는
삼성생명(032830) 즉시연금 1심 판결이 21일 나온다. 일부 미지급건에 대한 소송으로, 다른 보험사들은 1심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삼성생명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청구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은 2018년 10월 금융소비자연맹 주도로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즉시연금은 일정 기간 돈을 불입해 연금을 받는 일반 연금상품과 달리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곧바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기환급형의 경우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을 돌려준다. 금리가 하락해도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준다는 입소문에 2012년 전후로 은퇴자와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즉시연금 분쟁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약관상 지급해야 할 연금을 제대로 줬냐는 점이 쟁점이다. 생보사들은 만기환급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월액의 일부를 사업비 등으로 공제했는데, 가입자들은 이 같은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4300억원(5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3대 생보사인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2만5000명), 700억원(1만5000명) 수준이다. 이 외 KB생명보험 400억원,
미래에셋생명(085620) 200억원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도 삼성생명의 1심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판결이 추후 다른 생보사들의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만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082640) 등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불충분한 약관으로 1심에서 줄줄이 패소한 바 있다. 승소한 생보사는 농협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은 승소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약관에 적립액을 차감한다는 내용을 앞서 패소한 생보사들 보다 자세히 기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 약관은 '연금지급개시시의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연금개시 후 보험기간 동안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이라고 명시 했다. 각주에는 '연금계약 적립액은 이 보험의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고 표현했다. 삼성생명은 산출방법서에 연금월액 계산식이 포함됐기 때문에 약관상 이 정도의 설명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일하게 승소한 농협생명 약관의 경우 '가입 후 5년 동안 연금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고 적혀있다.
삼성생명은 1심에서 패소하면 즉각 항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앞서 패소한 3개 생보사도 항소했다. 생보사들이 특히 배임 문제를 우려해 즉시연금 사태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약관이 앞서 패소한 생보사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즉시연금 사태가 막대한 보험금 규모는 둘째 치더라도 배임 문제까지 연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생명도 보험금 지급을 쉽사리 결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강남 사옥. 사진/삼성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