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대표는 이들의 비판에 굴하지 않겠다며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23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미숙하다고 지적하며 입당을 압박하자 야권의 유력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맞섰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은 무엇인가. 단 하나를 뽑으라면, 그건 윤석열"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있어서, 국민의힘이 그나마 미래를 꿈꾸는 정당의 몰골을 갖추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은 우리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온 당 밖 전우다. 윤 전 총장을 우리 당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우리를 위해 싸워 줄 것인가"라며 "당내주자에 대해서만 지지운동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의원은 "(이 대표는) 지지율 30%의 윤 전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대선주자들의) 11% 지지율 총합으로 무슨 흥행이 되겠다고 8월 경선버스를 반복해 말하는가"라며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한다고 정치미숙에, 정치적 위기네 하면서 마치 평론가들처럼 말하기 바쁘다"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요즘 당대표의 발언을 보면 우려스럽다"며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의 인사가 할 말이지, 정권교체의 운명을 짊어질 제1야당의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이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총장의 가치를 그만 끌어내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가 배웠어야 하는 교훈은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4번으로 나가면 이기고 2번으로 나가면 진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당내 의원 다수는 부화뇌동했지만, 중심을 잡고 낚이지 않았던 국민들이 주역이었던 승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당대표 경선 당시 논쟁을 언급하며 정 의원을 비판한 셈이다.
이 대표는 "재밌는 건 다들 낚였기 때문에 오세훈 캠프에 평소보다 빈 공간이 많이 생겼고 그 공간을 젊은 세대가 채워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 밖의 인사를 밀기 위해 오세훈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다 버리고 압박하다가 나중에는 단일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유세차에 올라오려고 하셨던 분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긴 선거였기 때문에 당원들과 국민이 웃고 지나간 것이지 결코 잊지 않았다"며 "당연히 그 당시 캠프의 젊은 인사들은 모두 분개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