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잦아진 방통위-공정위에 속 타는 플랫폼 업계

신산업 '플랫폼' 규제 권한 놓고 기 싸움
각자 전문영역이라 주장…양보없이 입법 과정만 지연
업계 "부처 줄다리기에 규제 불확실성 해소 못 해"
"디지털 산업 본질 이해하고 성장도 함께 고려해 규제해야"

입력 : 2021-07-25 오후 4:40:51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디지털 플랫폼이 거대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의 주무 역할을 두고 정부부처 간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기업 간 경쟁 질서를 규율하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플랫폼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율하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충돌이 잦아졌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 사진/뉴시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부가 규제 불확실성을 적극 해소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을 서로 차지하기에 급급한 모습에 업계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 간의 대표적인 기 싸움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구글 갑질방지법(또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제정 과정에서 나타난다.
 
공정위는 구글 갑질방지법에서 금지행위로 정한 일부 조항이 공정거래법상에 명시된 대표적인 불공정 반경쟁행위와 중복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일반적인 경쟁행위로만 다루기에는 전기통신과 관련된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자신들이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반박한다. 
 
지난 20일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 과정 중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구글 갑질방지법의 일부 금지조항이) 송정거래법상에서 경쟁제한행위로 가장 전형적인 불공정 반경쟁행위로 이 조항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인텔, 퀄컴 등 수많은 외국사업자를 제재했다"며 "이 분야는 공정위가 전속적으로 해주십사하는 게 저희들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에 "경쟁법적인 관점의 문제는 모든 산업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다 일어나는 문제인데 이게 경쟁법적 관점이기 때문에 방통위의 규제를 배제해야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방통위가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조치를 취하고 독점 혹은 반경쟁 분야와 관련 있는 것으로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하는 게 타당하면 하시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방위 의원들이 중복 규제에 대한 부처 간 조정을 권하자 김 부위원장은 "중복 영역이 생기다 보니까 방통위와 공정위가 오래전에 맺은 MOU가 있었는데, 사실 MOU로는 한계가 있고, 어느 한 부처에서 내가 하겠다고 결심하면 MOU가 구속력은 없다"며 "사실 그동안 그렇게 잘 작동된 것 같지는 않다"고 시인했다. 
 
온라인플랫폼법도 같은 문제로 1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안으로 발의된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1년 가까이 국회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산업에서도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내용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전통법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규제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고 항변한다. 
 
공동소송 법률플랫폼 '화난사람들'과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등 공동 변호인단이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앱 사업자를 대리한 신고서 제출을 위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와 방통위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플랫폼 업계는 "고래 싸움에 기업 등만 터지는 꼴"이라며 갑갑해 하고 있다. 공정위도 방통위도 플랫폼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서로 담당하겠다며 줄다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각 부처가 전권을 뺏기지 않으려 하지만 정작 디지털 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 기존 산업의 틀로만 바라본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전평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사업 확장이나 M&A(인수·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기업의 성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 없이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글로벌 디지털 성장 속에서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가 턱없이 작은데 이들의 성장과 엑싯을 고민하는 부처가 없다"고 일갈했다. 
 
정 실장은 "디지털 플랫폼이 큰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부처가 할 역할을 큰 틀에서 설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플랫폼 산업을 어떻게 규제 해야 할 지 전문가에게 진지하게 자문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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