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얼마 전 점심시간 중 은행에 들려 대출신청을 했다. 상담은행원은 "대기 고객이 많아 심사 시간이 오래 걸리니 대출여부를 전화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그 날 이씨가 퇴근 후 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시간은 밤 10시30분.
은행원은 "밤 늦게 전화드려 미안하다. 대출 가능하니 내일 지점으로 나오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 시간까지 일하느냐?"고 묻자 상담은행원은 "전화할 곳이 아직 몇 군데 남았다"고 대답했다.
◇ 창구 정산에 수표 정리까지 "바쁘다 바뻐"
은행 셔터문이 내려지는 4시가 되면 은행원들이 모두 곧장 퇴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이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일 먼저 이뤄지는 것은 창구 정산.
창구마다 오늘 하루 얼마의 돈이 오갔는지 계산하는 일이다. 돈이 남거나 모자르면 그날 입출금 내역을 일일이 확인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야 한다.
주부 김모씨는 "은행에서 저녁에 전화가 걸려와 '거스름돈 5만원을 덜 드렸다'고 말해 확인해보니 전기료를 내고 미처 돈을 받지 않았다"며 "수많은 돈이 오갈텐데 어떻게 찾았는지 대단했다"고 말했다.
대출 부서는 이씨의 사례처럼 대출 심사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타은행 수표 교환을 위한 정리, 세금 납부 정리 등 할 일은 산더미 같다. 밤 10~11시 사이에 문을 닫는 은행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출근은 영업시간인 9시에 맞춰 이뤄질까? 보통 은행원들은 한 두시간 일찍 출근하는게 일반적이다.
시중은행 서울 강남지역 지점 이모 계장(30)은 "7시쯤 출근해 11시에 퇴근한다"며 "사무실 정리에 현금입출금기(ATM) 체크, 은행 금고 확인 등 아침이 제일 바쁘다"고 말한다.
이 계장은 "수요일은 '패밀리 데이'로 의무적으로 6시쯤 퇴근시키지만 다음주 자격증 시험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며 서둘러 지점을 나섰다.
◇ 외국인 위한 휴일 영업점 이용할 수 있어
이렇듯 바쁘게 돌아가는 은행이지만 고객들에겐 영업시간 불만이 크다. 4시면 야속하게 문을 닫는 은행 때문에 퇴근 후 은행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영업시간 조정 이후 야간은 물론 휴일에도 문을 여는 은행이 많아졌다.
기업은행(024110)의 '롯데마트365지점', 천안성정, 대덕, 울산진장, 의왕, 의정부 지점은 휴일에도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여기에 오는 13일까지 서해안 만리포에 해변은행을 열어 휴일 상관없이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하나은행은 홈플러스 강동, 병정, 중계점에서 야간 영업을 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을 위한 휴일 영업이 많아지면서 내국인 이용도 잦아졌다.
외환은행(004940)은 안산 원곡동, 서울 대림동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10개 지점들을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연다.
신한은행도 을지로5가지점, 원곡동 외환센터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중국인, 몽골인들을 위해 통역요원도 배치해놨다.
우리은행은 서울 혜화동 지점 앞 성당 미사에 외국인이 몰리면서 매주 일요일 5시까지 문을 연다.
저축은행도 야간 휴일 업무를 늘리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매주 수요일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민헌경 토마토저축은행 명동지점 부장은 "지난 1월 금리가 높을 때 밤 9시에 대기표를 받은 고객은 11시가 돼야 업무가 끝났다"며 "12시가 넘어야 퇴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동의 W저축은행도 수요일은 밤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서민 대출상품인 '햇살론' 등을 야간에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요일 야간까지 근무한 행원은 다음날 늦게 출근해도 괜찮다.
외국은 어떨까? 일본 미쓰비시UFJ, 미즈호 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은 이미 주말 영업을 실시 중이며, 최근 영국에서 문을 연 '메트로은행'은 영국 최초로 휴일없이 365일 문을 열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