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문장원 기자]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복원되면서 향후 양측 간 교류·협력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과거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안들이 재추진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어렵지만 북한에 대한 식량,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지원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교류 협력 사업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7일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통신 연락선 복원에 응한 배경에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차원에서 한국의 중재를 통해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쉽게 내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북미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한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관계 화해 무드를 통해서 미국을 적절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연락선 복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정부가 국내와 국제 사회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그동안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이제 통신선이 다시 회복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북한이 최근 내부적으로 식량난과 함께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내부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 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이 단순히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양측의 교류 협력 사업 진행의 물꼬를 트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우리가 지금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말까지는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내년쯤 가서는 우리가 북한에 백신이라든가 치료제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은 과거 양측 정상이 합의한 부분을 재검토해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통신선을 다시 재개하겠다고 이야기 했을 때는 이것을 시발점으로 삼아서 이후에 남북한이 합의 이행을 추진했다가 중단됐던 부분들을 재검토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를 상당 부분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합의안들이 다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북미 대화 재개에도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이 중요 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신선 복원은 남북 관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출발점"이라며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에서도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에 기대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북미 간의 접촉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제 한국이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남북 대화 재개 통신선 회복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복원되면서 향후 양측 간 교류·협력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2018년 8월 북한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문장원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