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생활밀착형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 공약 행보를 강화할 전망이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국가비전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각각 이들의 공약을 두고 각론과 총론으로 나뉘어지되 개혁을 기반으로 세부 대책에서 결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TV 토론과 순회경선에서 정책 지지도가 실제 표심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9일 <뉴스토마토>가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의원이 발표한 대선 출마선언문과 정책공약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지사는 생활밀착형 의제에, 이 의원은 국가비전 제시에 더 큰 관심과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들이지만 행정가와 정치가의 차이, 참모들의 전략 설정 등에 따라 핵심 메시지는 결이 달랐다.
우선 이 지사는 지난 7월1일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와 불공정·양극화의 대한민국 위기를 강조한 뒤 '공정성 확보'와 '강력한 경제정책'을 대안으로 꺼냈다. 이 지사는 구체적 정책으로는 기본소득·주택 도입, 청년 기본소득 지급, 국토보유·탄소세 신설, 토지불로소득 환수, 기후에너지부 설치 등을 공약했다.
이 지사의 정책공약에 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지사가 생활밀착형 의제를 쉽고 간결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위기에서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모든 국민에게 돈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은 높게 본다"라며 "민주당 경선 토론을 봐도 이낙연 후보의 정책은 기억에 안 남고, 기본소득만 떠오르는 건 이 지사가 이슈파이팅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사진 왼쪽)와 이낙연 후보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텔레비전(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지난달 5일 출마선언문에서 불안의 시대에 국가가 국민을 보듬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주창했다. 그러면서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 개헌, 연성강국 신외교, 문화강국 등 5대 비전을 제시했다. 이 의원이 내놓은 공약은 그린산업 육성, 서울공항 이전과 공공주택 보급, 토지공개념 3법 추진, 경기 분도 등이다.
이 의원의 정책공약에 관해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한 공약의 숫자만 보면 이 지사 쪽이 더 많지만, 큰 틀에서 '나라를 어떻게 바꾸겠다'라는 국가비전은 이 의원 쪽이 더 명확하다"라면서 "다만 이 의원이 정책이 대중에게 잘 각인되지 않는 건 화제를 만들지 못한 캠프의 전략 부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사와 이 의원의 정책 공약이 차이를 보이는 건 두 사람의 정치 경험이 다른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는 재선 성남시장과 도지사 등을 지내며 시민 생활수준 향상 등의 측면에서 정책을 다뤘다. 반면 이 의원은 국회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 당대표 등을 경험하며 다양한 국정경험을 쌓았다는 말이다.
지난 8일 이 지사가 '경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이 의원이 환영의 뜻을 밝힘에 따라 민주당 경선은 당분간 흑색선전 대신 정책검증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후보들은 상대의 강점을 드러내는 공약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되 본인의 정책을 이슈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기본소득을 예로 들면 다른 후보들이 기본소득을 검증하겠다고 자꾸 거론하는 건 이 지사를 돕는 꼴"이라며 "이 의원의 중산층 경제 공약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도 맞물렸기 때문에 잘 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