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북한이 지난달 27일 복원된 통신선을 다시 2주 만에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첫날 이를 비난하는 위임 담화를 내놓은데 이어 통신선에 불통하면서 사실상 최고 수준으로 한미훈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10일 통일부는 "오후 5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마감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오후 4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정기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통일부와 군 차원의 남북 통신선 소통이 일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 소통 중단은 이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 이후 이뤄졌다. 김 부부장은 "이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중을 담았다는 의미로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연합훈련을 '대 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 표현'으로 언급했다. 또 미국 대북정책 방향인 외교적 관여,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담화가 발표된 직후 이날 오전 통화에선 정상적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오후에 들어 돌연 연락사무소 정기통화와 군 시험통화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단절됐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는데 2주 만에 불통이 된 셈이다.
지난달 27일 413일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음에도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이에 배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북측에 계속 연락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기술적 문제에 의한 통화 단절인지, 북측의 의도적 통화 단절인지를 더 살펴보겠다는 의도다.
만약 북측의 의도에 따른 통화 단절일 경우 남북 간 대화 분위기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계기로 도발성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보당국도 연합훈련에 따른 북한 측 상응 행동 가능성을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정부 측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달 27일 복원된 통신선을 다시 2주 만에 응답하지 않았다. 사진은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