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혜현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둘러싼 후보와 지도부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경선준비위원회가 정책 토론회 일정을 발표했지만 아직 당 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주자들의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른 주자들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18일과 25일로 예정된 정책 토론회에 난색을 표하며 불참을 시사했다. 윤 전 총장은 아직 당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대부분 후보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다른 후보 측에선 윤 전 총장을 향해 "오만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1위 주자인데 경선 과정도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도해 갈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있지 않나"고 꼬집었다.
오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갈등을 빚고 경준위가 준비하는 토론회 등을 당 행사를 굳이 보이콧하고 이 대표와 갈등을 빚는 것은 야권 전체로 봐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이콧한다고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건 원팀이 아니라 열팀이 되는 그런 경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은 다만 재선 의원 간담회 직후 토론회 참석 관련 물음이 나오자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고 캠프에서 이야기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내 갈등 양상은 이준석 대표와 후보자, 후보자 캠프에서도 속속 터져 나왔다. 일부 주자들은 이 대표가 경선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인 정진석 의원은 연일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즉각 "돌고래(윤 전 총장)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타 후보)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 팀(윤 전 총장 측)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저는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쿠나마타타 노래라도 같이 부르면서 좋은 사람들의 조력을 받으면 사자왕 된다"라며 정 의원을 '하이에나'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내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 대표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경준위의) 독단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경선 프로그램 아이디어 내는 자리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 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전력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경선을 앞두고 '원팀 정신'이 강조됐지만 당 내홍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계파 갈등이 재현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정책 토론회 등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선 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문혜현 기자 mo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