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네거티브로 격화됐다. 지역주의 조장논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찬성 논란, 바지 발언 등에 이르기까지 정책대결보다 주자들의 설전이 치열했다. 국민의힘 주자들도 문재인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며 네거티브 공세를 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20시간 노동 논란부터 불량식품 논란, 일본 원전 옹호 발언도 문제가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국민의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지냐"며 정부 때리기에 가세했다. 여권 주자들이 1위 후보가 되기 위해 원팀정신을 훼손하며 내부총질을 한다면, 야권 주자들은 반문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대정부 난타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여야 주자들의 주요 발언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한 뒤 정치언어가 품격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선레이스 초반인 7월에는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였다. 지난달 5일 이 지사의 '바지 발언'은 공격의 타깃이 됐다. 정세균 전 총리가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꺼내 들자 이 지사는 발끈하며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좀 더 진솔하고 겸손한 소명이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정색하고 바지 발언으로 가 버리는 이런 일은 본선에서 있으면 폭망각"이라고 가세했다. 갈수록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주 네거티브 공방 자제 공감대 형성뒤에도 여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양자간 날선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류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4일이다. 다자 구도에서 두 인사간 감정적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 관련 의혹 검증을 두고 이 지사가 "검증은 후보자 본인의 문제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히자 이 전 대표 측에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며 이 지사 부인 문제를 연상하는 듯한 선공을 날린 것이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를 향해 "진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냐"며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반격에 나섰다. 이 지사는 '옵티머스 의혹'에 연루된 이 전 대표의 측근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 의혹을 정조준한 이 지사를 겨냥해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다"고 응수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졌다. 이 지사가 "박정희를 찬양한 분도 있다"고 또 다른 공세를 펴면서다. 이 전 대표 캠프는 "터무니없는 왜곡이요, 거짓 주장"이라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경기도 유관단체 고위 임원이 '작전방'을 만들어 자신에 대한 온갖 비방과 음해 등을 조직적으로 벌여왔다고 반격했다. 이 전 대표는 "고위공직자가 단톡방을 열어 특정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불법선거운동이 훨씬 더 심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탄핵을 추진한 옛 민주당에 몸 담은 이 전 대표의 과거는 두 후보 측의 갈등을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했다. 이재명 캠프 측에서 "이낙연 후보가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 탄핵 과정에 참여했다"고 비판하자 이 전 대표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무기명 투표였던 만큼 이 지사는 "탄핵 표결을 강요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맞서서 하셧던 것 같다"며 납득이 안 된다고 공세했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도 양 측간 갈등을 촉발했다. 이 지사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한 것이 문제였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이 지사가 지역주의를 거론하며 갈라치기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민주당 후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묻어두어야 할 것이 지역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달에도 '도덕성 검증'을 이유로 선을 넘는 네거티브 비방전이 가열됐다. 이 지사 측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 전 대표가 함께 직은 사진을 두고 관계 해명을 요구하자 이 전 대표 측은 광주 폭력조직의 일원이라며 한 남성과 이 지사가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 공개로 응수한 것이다.
이재명 캠프는 "그런 사진을 근거로 폭력조직 운운하는 것이야 말로 자해적인 네거티브 행위"라고 반박했고, 이 전 대표 역시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경선이 축제가 아닌 진흙탕 싸움이 됐다는 당내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명낙대전'에서 욕설, 바지 등 거친 발언은 사라졌지만 네거티브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모양새다. 지난 11일 열린 '대선후보 제3차 토론회'에서 양측은 네거티브로 정면충돌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과거 철거민 몸싸움 영상, 주민 반말 영상 등을 언급하며 "약자와 시민을 대하는 이 지사의 태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알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 지사는 "전부 다 왜곡됐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지사는 "철거민에게는 폭행을 당했고 그 사람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반말 영상은 대화 중간 부분을 잘라서 붙인 것으로 이런 게 진짜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두 달 동안 양측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는 평가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26.3%로 1위를 지켰고, 이 지사는 25.9%로 뒤를 이었다. 이 전 대표는 3.1%포인트 하락한 12.9%를 기록해 3위를 기록했다. 순위 변함이 없었던 데다 이 지사는 직전 조사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반면 오히려 이 전 대표는 3.1%포인트 하락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전화면접 조사방식은 90% 무선, 10% 유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연구원장은 "네거티브의 의미와 근거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반하고 네거티브를 할 때마다 후보자에게 선관위에서 경고를 주는 등 구체적인 불이익을 줘야 네거티브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경선레이스 초반인 7월에는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였지만 현재 민주당 대선경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양자간 날선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