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이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EV 리콜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문이 제기된다. LG측은
LG전자(066570)의 모듈이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는 모듈 조립이 아닌 LG엔솔의 셀 결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발표한 볼트 리콜 보고서. 자료/NHTSA
26일 GM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지난 20일 제출한 리콜 보고서(21V-650)를 보면 GM은 볼트EV 리콜 원인과 관련해 "동일한 배터리 셀 내부에 두 가지 희귀한 제조 결함이 발견됐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 같은 상태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뒤 일상에서 완충 또는 거의 완충에 가깝게 충전할 때 더욱 악화된다"고 덧붙였다.
원인은 셀을 지목했고 리콜은 모듈과 팩 교체로 진행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가장 기본 단위인 셀과 셀을 모아 만든 모듈, 모듈을 모은 팩으로 구성돼있다. GM 측이 제시한 두 가지 희귀한 셀 제조 결함은 '음극탭 결함(찢김)과 분리막 접힘(a torn anode tab and folded separator)'이다. 음극과 분리막은 양극, 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요소다. GM 측은 배터리 화재 원인을 모듈 제조 과정의 문제로 일단 보고 있지만, 셀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 측은 LG엔솔이 생산한 셀에는 문제가 없지만, LG전자가 모듈로 제작해 GM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모듈 제작 과정에서 셀에 손상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된 리콜 충당금 규모도 LG전자(2346억원)가 LG엔솔(910억원)보다 2.5배 가량 높다. 하지만 해당 충당금은 GM이 지난 7월(2017~2019년 모델 6만9000대분)에 발표한 리콜 비용인만큼 이달 리콜(신형 볼트 EV와 볼트 EUV 포함 7만3000대분)로 3분기에 반영할 충당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18일 충남 보령의 한 펜션에 주차해 둔 코나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차랑은 현대차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차량이다. 사진/보령소방서
볼트EV 리콜은 셀 문제 측면에서 원인이 유사한
현대차(005380) 코나EV와도 차이가 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중간보고서를 보면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 분해 정밀조사 결과 LG엔솔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 즉 '음극탭 접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미국 NHTSA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원인으로 LG엔솔이 공급한 셀의 음극탭 접힘(folded anode)이 적시됐다. 당시 LG엔솔은 "중국 남경 공장의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에서 나온 초기 물량에서 배터리 셀의 구조적 불량이 발견됐다"며 셀 결함을 인정했다.
두 리콜 건을 두고 LG엔솔 관계자는 "코나EV 건과 볼트EV 건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는 국내 오창 공장과 미국 미시건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코나EV 셀이 생산된 중국 남경 공장 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나EV 리콜 과정에서 LG엔솔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남경 공장에서 생산하는 셀은 양극 단자부 절연코팅을 적용한 개선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충남 보령에서 개선품을 탑재한 코나EV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화재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이차전지 전문가는 LG엔솔이 두 건의 리콜에서 제시한 원인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리콜 보고서의 원인부를 보면 '진행성 불량'을 포함해 완곡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제시한 두 가지 동시 문제로 진행성 불량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아직 근본 원인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 조립 문제일 가능성은 아주 낮기 때문에 이번 추가 리콜 때 사용할 단셀의 개선사항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성 불량은 제조 단계에선 존재하지 않았지만 ‘비정상’ 혹은 ‘가혹 사용 조건’에서 주로 유발되며 사용·충전 조건에 따라 서서히 발현되는 것으로 박 교수가 제시한 이론이다. 진행성 불량은 충분한 안전마진으로 발현을 방지할 수도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