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 땅 투기 의혹에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 모두 부동산 전수조사에 찬성 입장이지만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난색을 표하는 데다 당 지도부 차원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아 대선후보들의 자체 검증·공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여 대선주자들은 대선주자 부동산 전수조사는 물론 투기 근절 대책의 필요성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직원 대상 전수조사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지난 27일 대전 MBC 주관 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윤 의원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강력한 수사와 여야 대선후보들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윤 의원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속아서 KDI 전수조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저는 집 하나밖에 없다'고 대선주자 부동산 전수조사에 자신감을 내비친 이재명 후보도 "부동산 거래는 공직유관기관 직원들까지 사전심사를 등록하게 해 일상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KDI 전수조사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화답했다.
추미애 후보는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불법 부당이익을제대로 환수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선후보 전원의 부동산 보유실태를 공개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경선 초반부터 클린 검증단을 제안한 정세균 후보는 "나중에 후보가 되고 나서 불거지면 국민도 참 난감하다"면서 "모든 대선 예비후보에 대해 부동산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해왔다. 이낙연 후보와 박용진 후보 역시 "대권주자들은 당연히 검증 대상"이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부동산 검증 제안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홍준표 후보가 처음 주장했다. 홍 후보의 제안에 최재형 후보가 화답했고 차례로 윤석열·원희룡 후보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유승민 후보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예금, 주식 전반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한 발 더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담당한 권익위 조사를 '부실 조사'라고 비판한 바 있는 데다 권익위는 공직자가 아닌 사인에 대한 조사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권익위 조사는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돼 민주당의 이재명·정세균·추미애 후보는 제외됐다.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최재형·유승민 후보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공직을 퇴임한 만큼 이들이 자발적인 동의서를 제출해도 법적 근거가 없이 조사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야 각 당 지도부나 당 선관위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야 모두 당 차원의 움직임이 없는 데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위임할 기구, 조사 방법, 범위, 방식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서다. 여야 모두 대선 경선이 시작한 상황이라 대선주자 개개인의 자체 공개가 더 현실성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 땅 투기 의혹에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