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탄생

찬성 180인, 기권 8인으로 압도적 지지 받으며 통과
업계 즉시 환영…"공정한 앱 생태계 조성될 것"
구글, 새 비용 모델 찾을 가능성↑…"수 주내 관련 내용 공유할 것"

입력 : 2021-08-31 오후 7:28:58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우리 국회에서 거대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계 최초의 법이 탄생했다. 지난해 9월,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미국·유럽 등 각국에서 구글과 애플의 반독점 행보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관련 법을 제정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국회 본회의 생중계 갈무리
 
국회는 31일 본회의에서 재석 188인에 찬성 180인, 기권 8인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처리했다. 법안은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계획이다. 단, 정부의 앱마켓 실태조사 관련 조항의 경우 시행령 등 정비가 필요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지난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이날 오후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에서 처리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두 차례 연기됐다.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을 처리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이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앱 개발자(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 대한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 본회의. 사진/공동취재사진
 
오랜 기간 기다려온 국내 ICT 기업들은 크게 환영했다. 10월 구글의 앱결제 정책 변경 적용을 앞두고 8월 내 입법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법안 통과 즉시 입장문을 내고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며 "앱 마켓사업자의 정책을 친(親) 개발자, 친(親) 사용자로 다시금 정립하여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서 앱마켓 시장의 공정한 토대가 마련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며 "본 법을 우회해 또 다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본 법이 목적한 바 대로 공정한 앱 생태계가 잘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국제 연대 활동과 선도적인 입법 성과를 통해 대한민국이 ICT 기술 강국에서 ICT 정책 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앱 개발사와 콘텐츠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혁신적인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앱마켓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본회의 직전까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 사는 한국의 법안 처리가 성급하다며 결제 방식이 다양해지면 이용자를 사기나 개인정보보호 유출로부터 보호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당근'도 내놓아 봤지만, 본질을 벗어난 유화책일 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사진/AP·뉴시스
 
법안이 통과되면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앱결제 수수료 외에 앱 심사비 등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열린 관련법 공청회에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앱 제공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법안 통과 직후 구글이 "개발자가 앱을 개발할 때 개발비가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구축·유지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며 더욱 짙어졌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구글은 지난 1월부터 신규 앱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10월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법안이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자 신청하는 일부 사업자에 한해 오는 4월로 정책 시행 시기를 연기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진/AP·뉴시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애플이다. 구글과 달리 이미 오랜 기간 모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해왔던 애플은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애플은 "기존 입장 외 아직 새로운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최근 지금까지 강력하게 금지해왔던 '외부결제' 앱내 홍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사실상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내놓은 방안으로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금지행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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