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국민의힘 '역선택' 갈등 내홍 조짐…전문가들 "의미 없어"

정홍원 선관위원장 '룰 변경' 검토에 유승민·홍준표 문제 제기
'윤석열-정홍원' 만남 언급, 유승민 "심판 선수 부적절 만남"
전문가들 "역선택 자체가 무의미…바꾸기 쉽지 않을 것"

입력 : 2021-09-01 오후 2:53:43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대한 후보 간 충돌이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의 '불공정성 시비'로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정 위원장과의 '특정 관계'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 위원장의 '사퇴'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이번 논란은 '시비를 위한 시비'라고 지적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경선준비위원회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정 위원장에게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며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정홍원 위원장은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고 한다"며 "경준위와 최고위가 이미 확정한 경선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는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가 '공정성'을 이번 경선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정 전 총리를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과의 '특정 관계'를 의심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정 위원장이 지난 8월 초 만난 점을 언급하며 "친한 검찰 선배를 미리 찾아갔는데 묘하게도 그분이 심판이 된다"며 "이 정도면 대학 입시 비리는 저리 가라다. 어느 수험생이 자기 입맛대로 시험문제 바꾸고 시험감독까지 바꾼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정 위원장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검토' 배경에 윤 전 총장이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홍 의원은 "심판이 특정 선수와 부적절한 만남을 두 번이나 갖고도 선수가 심판 말을  무조건 따르라고 말 할 수 있나"며 "부적절한 두 번의 만남에서 무슨 밀약을 했는지 다른 선수들은 전혀 알지 못 하는 마당에 그 당사자가 요구하는 대로 기확정된 경기 규칙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을 다른 선수들이 좌기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판의 독선은 심판 회피 사유도 되고 경질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발언은 자제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충북 청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경기를 심판하는 측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운영 방식에 승복하고 따를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역선택을 막기 위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최 전 원장 캠프는 논평에서 "유승민 홍준표 후보는 혹시 민주당 후보인가"라며 "역선택 방지는 막강한 동원력을 가진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좌표를 찍고 국민의힘 경선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선택 방지 조항' 논란 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경선에서 '역선택'은 이미 옛날 용어다. 시대에 맞지 않은 논쟁"이라며 "역선택과 상관없이 그 결과가 민심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역선택이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는 배경은 유불리를 떠나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도 결국 불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경선룰을 바꾸려면 긴급한 상황이 객관적으로 생겼거나 각 캠프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며 "역대 여야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룰을 바꾼 적이 없다. 그러면 그 전에 정해진 대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각 예비 후보 측과 전문가들 의견 청취에 나서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당 선관위는 1일 각 주자 대리인들을 불러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또 2일에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상대로 역선택 방지조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5일에는 정 위원장 주관으로 '대선후보 간담회'를 열어 대권 주자들의 입장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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